국내 증시 호조로 순이익으로만 1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등장한 가운데 해외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주요 증권사의 해외점포 실적도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로 자금이 쏠리면서 예금해지가 이어지자 은행권이 잇따라 예금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다만 증시가 호황이라지만 변동성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코스피는 한때 7100선까지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7원까지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다시 7%대로 올라섰다.
◆‘불장’에 10대 증권사 1분기 순이익 4조원 첫 돌파
국내 증시 호황으로 올해 1분기 10대 증권사 합산 순이익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을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국내뿐 아니라 주요 증권사가 운영하는 해외법인도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미래·한국·키움·NH·삼성·KB·신한·메리츠·대신·하나증권)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4조33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합산 순이익 2조272억원과 비교해 114% 증가한 수치다.
10대 증권사 중 압도적인 실적 상승을 보여준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이 회사는 올해 순이익 1조19억원을 기록,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다. 그동안 영업이익 1조클럽은 있었어도 순이익으로 1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 29.1%, 주식 중개를 통해 확보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도 459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1분기 784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이며 실적 2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 △키움증권(4774억원) △NH투자증권(4757억원) △삼성증권(4509억원) △KB증권(3502억원) △신한투자증권(2884억원) △메리츠증권(2543억원) △대신증권(1455억원) △하나증권(1028억원) 등도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10대 증권사 합산 순이익은 4조3318억원으로 올해 1분기 5대 은행(신한·하나·KB국민·NH농협·우리은행)의 합산순이익(4조4471억원)과 불과 1153억원 차이 난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증시가 상승세를 거듭함에 따라 가계자산 구성에 변화(예금→금융투자)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세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법인 실적도 두드러진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6개 증권회사는 총 93개 해외점포를 운영하며 순이익 4억5580만달러(약 6450억원)를 거둬들였다. 2024년 말 2억7170만달러(약 3898억원) 대비 1억8410만달러(약 2641억원, 67.8%) 증가한 수치다.
금감원은 “지난해 증권사 해외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이 증시 호조 및 미국·홍콩 법인의 실적 성장 등에 힘입어 크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도 등에 진출해있는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 사업 확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로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니무브’ 현실화에 은행권 예금 금리 줄인상 움직임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표 예금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인상한다. 이에 따라 만기 3개월 이상∼6개월 미만 예금 금리는 연 2.65%에서 2.75%로 0.1%포인트 높아진다. 6개월 이상∼9개월 미만과 9개월 이상∼12개월 미만은 각각 연 2.80%에서 2.85%로 0.06%포인트 올린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예금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며 “추가 조달 환경 변화에 따라 일부 구간의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1일 3개월 만금 정기예금 금리를 연 2.65%에서 2.75%로 0.1%포인트 올리는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6개월 만기 금리는 2.80%에서 2.85%로 0.05%포인트 올렸고, 12개월 만기 금리는 동결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지난 16일부터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등 주요 수신 상품 금리를 최고 0.1%포인트 인상했다. 12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10%에서 3.20%로, 12월 만기 자유적금 금리는 연 3.25%에서 3.35%로 높였다. 자유적금은 자동이체 우대금리 적용 시 최고 연 3.55% 금리를 제공한다. 이는 은행권 최고 수준으로, 최근 은행권의 단기 예·적금 금리 인상 흐름과 시장금리 상승 추세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은행들도 예금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특히 곧 출시될 청년미래적금이 기본금리 5%에 기관별 우대금리 2∼3%포인트를 적용하면 최고 7∼8%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 기존 은행 상품보다 조건이 좋다 보니 은행권이 보유한 적금 잔액 감소에 대비해 금리 경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국채금리 ‘쇼크’...증시·환율 새 뇌관 부상
미국·일본 등 주요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18일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코스피는 오전 한때 7100선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회복했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7원까지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다시 7%대로 올라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채권 금리 급등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약해지면서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팔자’ 공세가 이어지고 원화 약세 압력이 가중됐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1월 2일 연 3.386%에서 이날 4.239%까지 뛰었다. 3년물 금리 역시 올해 초 연 2.935%에서 이날 3.757%까지 올라섰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4.56%로 장을 마치며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넘었다. 일본의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8일 장중 한때 2.8%까지 상승했다. 이는 1996년 10월 이후 약 29년 반 만에 최고치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올해 1월 2일 4.541%에서 이날 오후 7시 기준 5.153%까지 올랐다.
국채금리 충격은 자산 시장을 뒤흔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7100선까지 떨어졌다가 전장보다 22.86포인트(0.31%) 오른 7516.0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493.49포인트였다. 역대 최대 등락폭을 기록한 직전 거래일 (15일·675포인트)에 이어 이날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며 주가가 장중 6%대까지 치솟은 것이 변동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도 3조원대를 순매도하는 등 이달 7일부터 이날까지 35조730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507원선까지 치솟았다가 하락 전환해 0.5원 내린 1500.3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