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살해 뒤 김치냉장고 은닉 40대, 항소심도 징역 30년

여자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1년 가까이 숨기고 피해자 행세까지 꾸민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 남성은 “피해자와 합의하려 노력했으니 형량을 낮춰달라”고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정문경)는 18일 살인과 시신유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A(41)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 유족 측에 1500만원을 형사공탁 했지만, 유족들은 이를 수령하지 않겠다며 회수 동의서를 제출했다”며 “범행 수법과 피해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공탁만으로 형을 유리하게 변경할 사정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에도 시신을 11개월간 냉장고에 유기한 채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범행을 은폐했다”며 “범행 경위와 수법, 범행 이후 정황 등을 종합하면 원심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4년 10월 20일 군산시 조촌동의 한 빌라에서 4년간 교제해 온 여자 친구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이후 피해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8800만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B씨의 휴대전화로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월세를 대신 내는 등 장기간 범행을 은폐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사건은 피해자 가족의 실종 의심 신고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B씨의 동생은 “언니가 1년 가까이 전화 통화는 하지 않고 메신저로만 연락하는 점이 이상하다”며 지난해 9월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이 피해자 휴대전화로 연락하자 A씨는 함께 살던 다른 여성에게 대신 전화를 받게 했지만, 해당 여성이 “나는 B씨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범행은 11개월여 만에 외부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주식 투자 문제로 자신을 무시해 홧김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범행의 중대성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피해자 유족들도 엄벌을 강하게 호소했다. 피해자의 친딸은 당시 재판에서 “가족처럼 지냈던 사람이 이런 범행을 저지르고도 항소까지 해 더 큰 상처를 받았다”며 “어떤 처벌로도 어머니를 되돌릴 수 없지만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형을 내려달라”고 읍소했다.

 

반면, A씨 변호인은 “범행 자체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전과 없이 살아왔고,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인정하며 협조했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A씨 역시 법정에서 “유가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1심 재판부는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데도 피고인은 연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장기간 은닉한 채 범행을 치밀하게 숨겼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