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폭력의 기원에서 시작한 이야기, 우주로 확장돼…‘호프’ 속편 이미 썼다” [2026 칸 라이브]

나홍진이 밝힌 ‘호프’ “폭력의 이유 찾다 우주로…
다음 이야기 이미 썼다…기회 되면 이어갈 것”

“처음에는 범죄물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야기가 우주까지 가게 됐다.”

 

나홍진 감독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호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가 범죄와 폭력의 기원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나 감독은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나온 이야기”라며 “'곡성'에서는 초자연적이고 종교적인 부분이 나왔다면 전작과 어떻게 다르게 만들지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외계인이 나왔고, 그게 우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18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영화 ‘호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홍진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칸=EPA연합

제작 과정에서 액션 장르적 성격이 강화됐다고도 밝혔다. 그는 “찍다 보니 액션이 재미있게 잘 찍히더라”며 “분량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액션 형태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호프’는 루마니아, 제주, 전남 해남, 경남 합천 등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추격장면, 강도 높은 총격 액션과 탱크로리 전도 장면 등이 등장한다. 특히 루마니아 레테자트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숲 속 추격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나 감독은 이 작품이 “원시적인 영화이길 바랐다”며 “현대적이라기보다 전통적이고, 아주 오래전에 본 듯한 액션 장면이 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CGI로 만든 크리처가 등장하는 영화이지만, 그걸 위해서는 배우들의 난도 높은 연기와 위험성 높은 액션이 필요했다"며 "배우들을 잘 설득하고 잘 속인 것 같다”고 했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영화 ‘호프’ 포토콜 행사에서  배우 조인성(왼쪽부터), 정호연, 나홍진 감독, 황정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EPA연합

촬영 과정의 에피소드도 전해졌다. 나 감독은 "숲 속을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 조인성이 무릎 수술을 받은 상황이었다"며 “이미 함께하기로 한 상황에서 ‘달리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하기에 ‘달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는데, 결국 숲 속에서 뛰게 됐다”고 말해 현장에 폭소가 터졌다.

 

배우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조인성은 “힘든 촬영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으나 새로운 걸 만들어 내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용기를 내서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그림들을 보여주고 싶은 필름 메이커의 욕망이 담긴 시나리오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 감정 상태가 더 힘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공포가 전달될까, 나아가 인간의 생존력을 어떻게 공감하게 할지에 집중했다"고 했다.

 

황정민은 “몸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미지의 존재라 오히려 재미있었다”며 “최고의 상상력을 끌어내야 하는 작업이 에너지가 됐다”고 말했다. 카체이싱과 드리프트, 총기 액션을 소화한 정호연은 “프리 프로덕션만 5~6개월 진행했다”며 “총기 액션과 자동차 액션이 처음이었지만 철저한 준비가 현장의 두려움을 눌렀다”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영화 ‘호프’ 포토콜 행사에서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왼쪽부터), 나홍진 감독, 테일러 러셀, 마이클 패스벤더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P연합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영어권 스타들이 외계 생명체 역할로 짧게 등장한다. 이에 대해 나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면 이야기의 배턴이 누구에게 넘어갈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영화의 서사는 훨씬 더 크다. 이분들의 이야기가 밑도 끝도 없이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속편을 예견하는 듯한 영화 엔딩에 대해 나 감독은 “이미 이후 이야기를 써둔 것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만들고 싶고,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현재 영화 결말 자체도 완결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호프’는 비무장지대(DMZ) 인근 호포항 도로 한복판에 괴수에게 공격당한 듯한 소 사체가 발견되며 시작한다.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은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지만, 호랑이 따위가 아닌 지구를 초월하는 괴수의 공격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제7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대돼 17일(현지시간) 첫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