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경영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외부 수혈 대신 내부 인재를 중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한때 낮아지던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도 다시 60세 선으로 올라서며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이다.
1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올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70개 사의 CEO 현황을 분석한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전체 CEO 수는 지난 2023년 545명에서 올해 510명으로 3년 새 35명 줄었다. 기업들이 불황에 대비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내실 경영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 내부 승진 비중 84.5% 달해…재무 줄고 기획·전략 출신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내부 출신 CEO의 약진이다. 올해 조사 대상 기업의 내부 출신 CEO 비중은 84.5%(431명)로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새로 부임한 CEO 58명 가운데서도 47명이 내부 승진을 통해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CEO의 직무 이력에서는 기획과 전략 부문의 강세가 돋보였다. 기획·전략 출신 CEO는 올해 217명으로 전체의 42.6%를 차지했다. 이는 2023년 194명과 비교해 23명 증가한 수치이다.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사업 구조를 개편하려는 기업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재무와 영업 출신은 감소세를 보였다. 재무 출신 비중은 2023년 19.4%에서 올해 18.8%로 떨어졌으며 영업·마케팅 출신 역시 같은 기간 10.3%에서 올해 8.2%로 크게 낮아졌다. 대신 연구개발과 생산·제조 등 기술형 CEO 비중은 소폭 늘어나는 흐름을 나타냈다.
◆ 평균 연령 다시 60세로…여성 CEO는 소폭 증가
경영 환경의 변화 속에서 CEO의 평균 연령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500대 기업 CEO의 평균 연령은 60.0세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59.1세에서 지난해 59.8세를 거쳐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경험이 풍부하고 검증된 리더를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유리천장이 견고했던 대기업에서 여성 CEO의 활약은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이다. 지난 3년 동안 12명에 머물렀던 여성 CEO는 올해 14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전체 CEO 중 비중은 여전히 2%대에 불과하지만 남성 CEO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생존 전략이라고 진단한다. 리스크가 큰 외부 영입보다는 기업 문화와 사업 구조를 잘 아는 내부 인재를 통해 조직 안정을 꾀하면서도 기획·전략 리더를 전면에 배치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