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영국 국왕 국빈 방문 초청… 찰스 3세 수락

수백년간 영국 식민 지배 받은 아일랜드
2011년 엘리자베스 2세 최초 국빈 방문
과거사에 ‘유감’ 표명… 이후 관계 개선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아일랜드 정부의 국빈 방문 초청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일랜드는 16세기 이웃 나라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수백년간 영국인들의 통치를 받다가 20세기 들어서 독립국이 됐다. 이런 아픈 역사 때문에 아일랜드 국민 상다수는 아직도 영국에 나쁜 감정을 품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방문한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왼쪽)이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을 방문해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와 만난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은 “영국 국왕에게 아일랜드 국빈 방문을 요청했으며 국왕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코널리가 외국을 찾은 것은 영국령 북(北)아일랜드, 스페인에 이어 영국이 3번째다. 아일랜드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국정 운영의 실권은 총리에게 있다. 대통령은 비록 국민 직선으로 뽑히나 국가원수로서 의례적·상징적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찰스 3세의 아일랜드 국빈 방문이 성사되면 그는 역사상 아일랜드를 찾은 2번쨰 영국 국왕으로 기록된다. 앞서 찰스 3세의 모친 엘리자베스 2세 여왕(1952∼2022년 재위)이 2011년 국빈 자격으로 아일랜드에 간 적이 있다. 1921년 아일랜드가 영국과의 전쟁 끝에 독립을 쟁취한 지 꼭 90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 세월 영국·아일랜드 두 나라의 관계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양국이 과거사를 딛고 가까워지는 중대한 계기로 작용했다.

 

오늘날 영국과 아일랜드 간에는 북아일랜드 문제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아일랜드가 독립할 때 친(親)영국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일랜드 섬 북쪽 일부는 영국에 잔류하는 길을 택했는데 이 땅이 바로 영국령 북아일랜드다. 이에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은 북아일랜드를 영국에서 떼어내 아일랜드와 합침으로써 섬 전체를 통일하는 것으로 목표로 삼아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란 단체를 조직하고 오랫동안 영국인을 상대로 테러를 저질렀다.

 

지난 2011년 5월 영국 국왕으로는 처음 아일랜드를 국빈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왼쪽)이 국빈 만찬 참석을 위해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과 나란히 더블린성(城)으로 이동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1998년 미국의 중재 아래 영국·아일랜드·북아일랜드 3자 간에 ‘벨파스트 협정’이 체결되며 IRA의 폭력 행사는 잦아들었다. 대신 영국은 북아일랜드의 폭넓은 자치권을 보장하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주민들이 서로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로써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평화가 정착되는 듯했다.

 

영국와 아일랜드 둘 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일 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섬에 있는데도 아일랜드는 EU 회원국인 반면 북아일랜드는 EU 역외 지역인 관계로 둘 사이의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가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영국 보수당 정부가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간 국경 통제 강화를 추진하고 나서며 영국과 아일랜드 관계가 급속히 악화했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 2023년 영국과 아일랜드, 그리고 EU 간에 타협이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 주민 상당수는 브렉시트에 반감을 드러내며 ‘영국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일각에선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통합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코널리도 아일랜드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서 북아일랜드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주민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