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없이 30억 아파트 현금 구매… ‘부모찬스’ 등 탈세혐의자 127명 세무조사 착수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A씨는 배우자와 함께 30억여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를 대출 없이 전액 자기자금으로 공동 취득했다. 교육여건이 양호한 학군지에 속해 있는 매물이었다. 그런데 국세청이 살펴보니 A씨 부부가 대출 없이 해당 아파트를 매입하기엔 소득이 적었다. 이에 부모의 거래내역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A씨 부친이 아들의 아파트 취득 전 해외주식을 30억여원에 매각했고, 사용처는 불분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A씨가 부모로부터 자금을 편법 지원받아 고가 아파트를 취득했음에도 증여세는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출규제를 회피해 증여세를 탈루한 현금부자 등 탈세혐의자 127명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부모찬스’를 활용한 편법 증여나 사업소득 탈루 등을 통해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12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종료 후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투기성 거래와 편법적인 자금조달에 대해 검증을 강화해 탈세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조사대상에 오른 127명의 주택 취득규모는 약 3600억원으로, 탈루액만 1700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우선 A씨처럼 대규모 현금을 동원했으면서도 뚜렷한 신고소득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을 조사대상에 올렸다.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고액의 자금을 차용하거나 특수관계 법인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택을 취득한 사례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상환능력에 비해 고액의 자금을 차용하며 형식상 차용증만 작성한 경우, 사실상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채무로 확인되는 경우에도 부채 사후관리를 통해 채무를 본인이 상환했는지, 이자 등을 적정하게 신고했는지를 상환시점까지 따져볼 계획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다주택자도 검증 대상이다. 투기성 다주택 취득에 대해서 취득 당시의 자금원천 뿐 아니라 세금신고, 자산증가, 가족 간 자금이전 등 재산형성 및 자금흐름 전반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조사대상에 오른 B씨는 2주택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강뷰 고가 아파트를 대출 없이 30억여원에 취득했는데 중견기업 대표인 부모로부터 취득자금과 취득세·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편법 지원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B씨는 3주택을 보유하면서 최근까지 20억여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편법 증여 여부를 검증해 증여세를 추징할 계획이다.

 

대출 없이 고가아파트 취득했지만 아버지로부터 편법 지원받아 증여세 탈루한 사례.

국세청은 서울 성북구 등 비강남권 지역과 경기 광명·구리시 등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지역의 주택 취득자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검증대상에 오른 농산물 도소매업자 C씨는 20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북 소재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수억원의 예금을 자금원천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분석한 결과, C씨는 농산물 유통·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매출을 신고 누락한 뒤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소득 누락 혐의가 있는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대상으로 선정해 탈루 혐의를 검증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1차조사)에 이어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가 이뤄진다. 국세청은 초고가 주택 취득거래의 경우 자금조달 구조가 복잡하고 고액 자금이 동원되는 특성상 소득누락, 편법증여 등 변칙적 자금조달 가능성이 큰 만큼 자금 원천과 재산형성과정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거래유형 및 탈루행태도 크게 달라지는 만큼 거래동향 및 탈세정보 수집을 한층 강화하고, 탈세위험이 높은 이상거래는 적시 포착해 탈세가 확산되지 않도록 초기단계부터 적극 차단할 것”이라면서 “특히 다주택자 중과유예 종료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변칙증여, 우회거래 등 편법을 이용한 세금회피 시도는 예외없이 적발하고, 부당 가산세(40%) 부과 등 더 큰 세부담을 치르도록 해 탈세유인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