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사능력이 부족한 지적장애인의 명의만 빌려 이뤄진 금전거래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2700만원 상당의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지적장애인 A씨의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고 19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A씨는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이다.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B씨로부터 총 54회에 걸쳐 2767만원을 송금 받았다. 이후 B씨는 해당 돈이 A씨에 대한 대여금이라며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정상적인 사리분별 능력이 떨어져 스스로 소송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A씨의 보호자인 어머니는 성년한정후견 신청을 했고, 이후 법원의 소송구조결정을 통해 공단이 소송대리를 맡게 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실제 차용 당사자인지 여부와 차용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였다. 공단은 A씨 명의의 계좌로 돈이 입금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는 단순한 통장 명의자일 뿐 실제 차용인이 아니고 C씨로부터 감금과 상습 폭행, 협박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공단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A씨를 감금하고 폭행한 C씨에 대한 공소장과 형사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하고 실질적인 수익자는 C씨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공단은 A씨는 정상적인 사리 판단능력이 없는 의사 무능력자로서 금전대차 행위가 무효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한정후견인이 해당 차용행위를 취소해 변제 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대전지방법원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가 지적장애 3급 진단받았고 C씨로부터 장기간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며 계좌를 관리 당한 점, C씨가 형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단순히 계좌 명의만을 기준으로 법적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과 범죄피해 상황, 금원의 실질적 귀속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고 의사 무능력 상태에서 이뤄진 금전거래의 효력을 부정함으로써 장애인의 권리 보호 기준을 보다 구체화했다”며 “향후 유사한 피해 사례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