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엔 가입 70주년을 맞은 일본이 퇴임을 앞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방일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구테흐스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은 지난 70년간 유엔과 함께 걸어왔으며, 앞으로도 유엔과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구테흐스는 전날 도쿄 총리 관저를 찾아 다카이치와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오는 20일까지 일본에 머물 예정이다. 이 기간 구테흐스는 ‘유엔 제도 상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다. 이는 유엔 관련 기관 수장들이 모이는 회의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 국가에서 개최되는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다카이치와 만난 자리에서 구테흐스는 “유엔 활동에 대한 일본의 지원에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유엔 개혁을 위한 일본의 노력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2016년 1월1일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구테흐스는 1차례 연임을 거쳐 올해 12월31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다카이치는 “일본은 전후 평화주의 국가로서 세계에 기여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유엔 헌장의 여러 원칙을 견지해왔다”고 화답했다. 이어 “유엔과 함께 걸어왔고 앞으로도 유엔과 함께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당시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추축국에 선전 포고를 한 연합국들을 중심으로 1945년 종전과 더불어 출범했다. 2차대전 승전국들이 주도한 만큼 패전국인 독일, 일본, 이탈리아는 당연히 제외됐다. 전후 동서로 분단된 독일은 1973년에야 동·서독이 나란히 유엔에 가입했다. 이탈리아는 1955년, 일본은 한 해 뒤인 1956년 각각 유엔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 다음으로 유엔 분담금을 많이 내는 나라였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일본을 추월하며 2019년부터는 중국이 2위로 부상했다. 그래도 유엔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1958년 최초로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임기 2년)이 된 이래 가장 최근인 2023∼2024년까지 무려 12차례나 비상임이사국을 역임했다. 이는 한국 등 비상임이사국 진출 경험이 있는 나라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총 15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경우 1976년 이래 일본 재판관이 늘 1명씩 존재하며 사실상 일본을 위한 ‘고정석’처럼 됐다.
일본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수시로 진출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아예 미국·영국·러시아·중국·프랑스 5개국과 동등한 상임이사국이 되길 희망한다. 2022년 6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당시 관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침공과 안보리 결의 위반을 반복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대해 안보리가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포함한 안보리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도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합류를 지지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