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 특별 규제를 적용함에 따라 국내 기업은 글로벌 경쟁기업이 신경 쓸 필요 없는 추가 부담에 처하게 된다. 규모의 경제가 특징인 디지털 시대 경쟁력 강화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홍대식(60·사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동일인 중심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의 부작용을 이렇게 우려했다. 공시의무 규제로 세계에서 유례없을 만큼 상세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외부에 알려져선 곤란한 사업전략이 노출되는 등 기업의 정상적인 재무·영업 활동과 운영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대기업 규제 모델로 삼은 일본에선 관련 제도를 폐지한 지 20년이 넘었다. 대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를 유도하려면 상법에 마련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자본시장법상 연결재무제표로도 충분하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 단위 기업집단 파악에 어려움이 없다”며 “이런 대안에도 자연인(총수) 중심 규제를 유지하니 부작용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또 “동일인 관련자인 친족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공시자료 파악도 물리적으로 간단치 않다”며 “왕래가 없던 친척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하려다가 반발을 사는 사례가 잦다”고 전했다.
신규 대기업집단 지정 기업이 이처럼 막대한 지배구조 유지비용을 지출하고도 개선은 미미한 게 현실이다.
그는 “무엇보다 기업집단의 형성 또는 발전 배경과 경위, 소속 회사의 성격이나 업종, 지배구조의 차이나 건전성의 정도 등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게 문제”라며 “건전한 지배구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예외가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자산 총액이라는 획일적 지정 기준에 업종 전문성이나 경영성과 관련 지표를 추가해 다양화하고,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집단에는 일정 규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개선안을 제안했다.
홍 교수는 “공시 부담에 지정 기준을 넘지 않으려고 부동산 등 자산을 팔아넘기는 사례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업이 성장을 회피하는 피터 팬 증후군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정거래법의 형식적인 금융·보험업 분류방식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이에 따른 의결권 제한 등의 불이익이 기업 투자와 의사결정 전략에 제약으로 이어지고, 기업 인수·합병(M&A)을 꺼리는 분위기까지 나타난다는 게 홍 교수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