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탱크데이’ 논란

글로벌 기업들은 종종 현지 역사·문화적 정서와 국가적 비극을 무시하다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나이키는 2013년 ‘보스턴 학살’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판매했다가 공분을 샀다. 원래 이 말은 미국 메이저 리그의 유서 깊은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를 겨냥한 ‘스포츠 은어’였다. 공교롭게도 그해 4월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폭탄테러로 26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는데 사람들의 눈에는 이 티셔츠가 피해자를 조롱하는 것으로 비쳤다. 나이키는 5년 후에도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 탓에 흑인이 숨진 사건에 항의, 국민의례를 거부한 미식축구 선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맥도날드도 포르투갈에서 딸기 시럽을 뿌린 아이스크림을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e Bloody Sundae)’라는 자극적인 말로 홍보하다 사달이 났다. 유명 록밴드의 노래 제목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과 발음이 같은 점에 착안했다고 했지만, 고객은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군이 무차별 총격으로 민간인을 학살했던 비극적 사건을 떠올렸다. 유럽 전역에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졌고 회사 측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그제 스타벅스코리아가 텀블러를 싼값에 판매하는 ‘탱크데이’ 행사를 기획했다가 혼쭐이 났다. 안내 문구에는 ‘혜택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넣었다. 5·18 당시 신군부가 시민의 민주주의 열망을 탱크로 짓밟고, 5공 정권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궤변으로 호도했던 일을 연상시켰다. 시민사회와 온라인공간이 들끓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날을 세웠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역사·도덕 불감증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년 전 소비자 증정품인 ‘서머 캐리백’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2013년에는 광복절 기념 텀블러에 그린 한반도 지도에 독도가 없었다. 모기업인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은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영진도 경질했다. 그런데 정 회장도 과거 ‘공산당이 싫다’, ‘멸공’ 등을 언급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는 정 회장의 다짐이 이번엔 지켜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