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이 쏜 ‘N% 성과급’ 의제… 올해 하투 최대 화두로 급부상 [삼성전자 2차 사후조정]

노조 “영업익 연동 제도화” 봇물

HD현대重 30% 삼바 20% 요구
임단협 ‘성과급 투쟁’ 도미노 관측
“AI 초호황, 노동시장 양극화” 우려
정부 “이윤 배분 사회적 논의 예정”
통상임금 법적 분쟁 확산도 부담

삼성전자 노사 협상 2차 사후조정까지 이어진 가운데 향후 성과급이 노동계의 하투(夏鬪)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체협약에 N% 성과급을 못 박는 게 현실이 되면 성과급 투쟁이 노동계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상임금 문제로까지 비화하면 기업 부담이 극대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삼성전자 노사 두 번째 사후조정 2일차 회의가 19일 열린 가운데 성과급 배분 비율 등을 놓고 노사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하게 협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부문 공통 70%, 사업부별 30%’의 비율로 분배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DS) 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모든 사업부에 똑같이 배분한 뒤 나머지 30%를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회의장 들어가는 삼전 초기업노조위원장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한을 이틀 앞둔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이틀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세종=뉴스1

◆성과급 투쟁, 하투 새 공식 되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노사가 자율적으로 절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최종 조정안은 중노위원장이 제시하게 된다. 성과급 ‘제도화’ 여부와 배분 비율까지 박수근 중노위원장이 결단하는 것이다. 다만 해당 조정안은 권고적 효력으로 수용 여부는 노사가 결정한다.

 

노사가 세부적인 비율과 방식 등에서 조정과정에 합의점을 찾기 위해 각자의 주장을 피력했겠지만 이번 삼성전자 노사 협상으로 성과급 문제는 올해 대기업 임금·단체협약 테이블의 핵심 의제로 오를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 노사는 성과급을 포함한 보상 구조를 놓고 노동위에서 조정을 진행 중이다. 임금협상 조정 기일을 연장했으나 주요 계열사의 지방노동위 조정은 줄줄이 결렬돼 연쇄 파업 우려는 아직 남아 있다. 이외에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단협의 새로운 풍경이라고 진단한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과거에는 없던 현상”이라며 “성과급은 노사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노무의 대가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 우리나라의 교섭 의제가 변화하고, 노사관계의 큰 물결이 바뀌는 분기점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과급 배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향후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 원장은 “반도체, 인공지능(AI) 관련 업종은 초호황을 이어갈 수 있는데 그에 따른 초과 이윤을 성과급으로 분배하기 시작하면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사회적 규범을 정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기업 이익 배분, 사회적 논의 필요”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삼성전자) 사태가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성과와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 교섭구조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사태가 마무리되고 사회적 논의를 본격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과급의 제도화를 교섭 대상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막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따라붙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에서 성과급으로 교섭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권을 달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런 식으로 교섭 대상이 되면 다음번엔 노조가 영업이익의 50%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15%는 되고, 50%는 안 되는 이유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과거 삼성전자가 노조 파괴 부당노동행위로 홍역을 앓은 전력이 있어 이에 대한 트라우마 탓에 교섭을 거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했다.

 

성과급도 쟁의 대상이 충분히 된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법률적으로 해석의 여지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노동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파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성과급이 쟁의 조건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수원=이재문 기자

◆통상임금 문제로 확산 가능성

 

분명한 건 성과급 투쟁의 연쇄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 수익이 천문학적으로 커지다 보니 노동자들은 충분히 배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으로서는) 앞으로 노무 관리 방식에 대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라고 밝혔다.

 

성과급이 제도화되면 통상임금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크다. 통상임금은 퇴직금,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된다. 앞서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경영 성과급을 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소송했으나 올해 2월 최종 패소했다.

 

박 교수는 “노조 측은 ‘성과급이 고정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평균임금이 엄청 높아지는 동시에 퇴직금 규모가 불어날 것이고, 기업은 우발 채무를 떠안게 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