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육대회 등 아동 행사 소음에 대한 112 신고와 민원이 급증하자 ‘아동 소음’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치권도 관련 법안 발의에 착수했다. 일각에선 주민들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과 충돌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1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달 초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에서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소리와 어린이놀이 시설에서 아동의 놀이활동 중에 발생하는 소리 등은 현행법에 따른 소음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소음·진동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실제 아동소음은 법적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조례 등을 만들어 운영하는 나라가 있다. 독일은 2011년 거주지역 내에 있는 놀이터, 유치원 및 이와 유사한 시설에서 발생하는 아동소음을 소송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업용 기계의 소음과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종류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천하람 의원은 “독일은 아이들의 소리를 원칙적으로 유해한 환경영향으로 보지 않도록 법을 고쳤고, 일본 도쿄도 보육시설·유치원·공원 등에서 나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발소리 등을 소음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대한민국도 이제 ‘아이들의 목소리는 소음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법에 분명히 새겨야 한다는 취지로 소음진동관리법과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 개정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교육 현장의 보호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선생님들이 민원에 대한 고민 없이 안심하고 체육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며 “하나의 방패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주민들이 행복추구권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면 법과 법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 등은 우리나라처럼 학교 내에 운동장이 있다기보다 사회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특수성이 있다.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법 제정에서 그칠 게 아니라 경찰·교육청 등 관련 기관들이 아동소음 관련 민원에 대처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박 교수는 “민원의 이유가 체육대회라면 경찰이 학교에 올 게 아니라 교장에게 통보하고 자체 종결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 교육청도 경찰도 모두 민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아쉽다”며 “책임도 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민원을 제기해 학교를 괴롭히지 않도록 민원인이 책임지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사나 시위·집회는 소음 기준이 있지만 운동회 등은 소음 기준이 없다”며 “민원이 들어온다고 경찰이 학교에 들어오면 그 자체가 부정적 영향을 주는 만큼, 교육청과 경찰이 사전 협의를 통해 방안을 공유하거나 소음 기준을 확인해서 관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선 현장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자 경찰청은 최근 학교 운동회 소음과 관련해 전국 시·도 경찰청에 “초·중·고교 운동회 관련 단순 소음 신고는 출동을 최대한 지양하라”는 업무 지시를 내렸다. 경찰은 학교 운동회 소음 신고 상당수를 출동 없이 민원 안내로 종결하고, 반복·지속적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에만 현장에 출동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