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량을 고려하지 않고 식사량만 줄이는 다이어트가 여성의 수면 질을 해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섭취 열량과 소비 열량의 균형을 유지한 여성은 극심한 에너지 부족 상태의 여성보다 짧은 수면에 빠질 위험이 29%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 에너지 부족 심할수록 수면 위험 커진다
서울대병원 박민선 가정의학과 교수와 서울시보라매병원 서민정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19·2020·2022년) 자료를 바탕으로 성인 1만3164명을 분석한 결과를 대한가정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에 19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에너지 섭취·소비 균형(EIEB)을 4개 분위로 구분해 수면 시간과의 연관성을 살폈다. 연령·체질량지수(BMI)·사회경제적 수준·생활습관 등 변수를 보정한 결과, 여성에서 뚜렷한 패턴이 나타났다. 에너지 부족이 가장 심한 1분위군과 비교했을 때, 균형이 유지된 2분위군은 짧은 수면 위험이 29% 낮았다.
◆ 남성에선 같은 연관성 나타나지 않아
같은 조건의 남성에서는 에너지 균형과 수면 시간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여성의 신체가 에너지 결핍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리적 특성이 이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에너지가 극도로 부족해지면 신경내분비-면역 조절 체계가 흔들리고,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HPA(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과활성화되면서 수면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대사량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때 이 반응이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면과 다이어트, 선순환의 고리
이 연구가 조명하는 ‘에너지 균형 → 수면 향상’의 관계는 역방향으로도 성립한다.
앞서 본지가 보도한 바와 같이(2026년 5월 17일·잠만 잘 자도 살 빠진다?…5가지 과학적 근거 있는 ‘수면 다이어트’), 수면이 부족하면 배고픔을 유발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급증하고 포만감을 주는 렙틴 호르몬이 감소해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6시간 미만으로 잠을 자는 사람은 적정 수면을 취한 사람보다 비만 위험이 최대 55% 높다는 연구도 있다.
반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하루 평균 270kcal를 덜 섭취하게 된다는 분석도 있는데, 수면 중 기초대사량 소모(시간당 50~60kcal)와 성장호르몬 분비에 의한 지방 연소 효율 향상 효과도 더해진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58분으로 OECD 최하위 수준임을 감안하면, 수면의 양과 질을 지키는 것이 체중 관리의 또 다른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다.
결국 에너지 균형을 지키면 수면이 나아지고, 수면이 나아지면 호르몬 균형이 안정돼 다이어트가 더 수월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단순한 생활 습관을 넘어 과학적으로 검증된 체중 관리 전략인 셈이다.
◆ “덜 먹는 것보다 균형이 먼저”
박민선 교수는 “무작정 덜 먹거나 운동량만 늘리는 다이어트는 오히려 수면을 해칠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자신의 활동량에 맞춰 적절히 챙겨 먹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숙면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할 때 단순히 열량 섭취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 에너지에 맞는 식사량을 유지하는 것이 수면 건강에도 직결된다는 점을 국내 대규모 데이터로 뒷받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