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D-1… 이재용 호소대로 ‘하나의 삼성인’ 결말 이룰까

총파업 하루 남겨두고 마지막 담판
주요 쟁점 3가지 중 2개 합의
8부 능선 넘은 릴레이 협상
잠정 합의안 나오면 노조 총투표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은 20일 새벽 협상을 정회한 후  오전 10시에 재개하기로 했다. 타결에는 실패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성과급 재원 기준과 상한 폐지 여부, 반도체 부문 내 성과급 배분 비중,제도화의 3가지 쟁점 중 2가지는 상당부분 의견 합치를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가지 쟁점만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만 합의를 본다면 잠정 합의안 도출까지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잠정 합의안이 도출되면 노조 지도부는 해당 사안을 노조 총투표에 붙이게 된다. 협상을 주도하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의 규약상 과반이상 참여 후, 참여자 3분의2가 찬성해야 한다. 파업 하루 전 삼성전자 노사가 이재용 회장이 호소했던 ‘하나의 삼성인’ 결말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중노위는 20일 오전 0시 30분에 노사 사후조정 회의를 정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2차 사후조정 테이블에 앉은 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다시 마라톤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20일 자정을 넘겨서도 타협에 이르지 못하자 정회하기로 했다.

 

당장 타결은 불발됐지만, 협상 과정은 상당수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쟁점 중 2가지에서 양측이 의견을 좁힌 것이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정회 이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쟁점이 여러가지인데 가장 중요한 하나가 의견 일치가 안됐다”며 “사측이 최종 입장을 정리해서 오늘 10시에 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쟁점의 협상 상황에 대해선 “그건 의견 합치가 많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나와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날 회의에서 중노위 조정안도 제시했다고 박 위원장은 확인했다.

 

그러면서 “합의되거나 조정이 되거나 같은 것이니 합의안으로 할지 조정안으로 할지 오늘 결정할 것”이라며 “합의를 못하니 조정안을 내려는 것이고 현재는 잠시 스톱”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정회의는 잠정 합의 시(사측 수용시) 노조의 조합원 투표 절차를 위해 오전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박 위원장은 조합원 투표 일정에 대해 “다 시나리오를 만들어뒀다”며 “정리가 되면 그 시간만큼 파업을 유예할 것”이라고 말했다. 7만명에 달하는 투표원에게 의견을 물어야하는 만큼, 21일까진 투표가 힘들 것이므로, 파업을 유예해 시간을 확보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주요쟁점 3가지 무엇인지 살펴보니

 

양측은 협상 타결 직전까지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노조는 영업이익 15% 대신 영업이익 13%와 주식 성과급(2%)을 제안했다. 사측은 영업이익 12%에서 더 올리기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다. 다만, 사측이 영업이익 10%를 고수하고, 노조가 15% 활용을 고수하던 초반에 비해 양측은 간극을 많이 좁혀갔다. 

 

재원을 어떻게 나눌 지에 대한 입장 차도 컸다고 한다. 노조는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성과급 공통 재원 비중을 높여 실적이 안 좋은 비메모리 사업부에도 높은 성과급을 보장하자고 제시했다. 재원 70%를 DS 부문 직원들 전체가 공평하게 나누고, 나머지 30%는 사업부 별로 차등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성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거부감을 보였다. 노조 주장대로 공통 재원 비중을 높이면 적자가 발생한 시스템 LSI(반도체 설계)·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부 성과급은 높아지고, 최대 실적을 기록한 메모리 사업부는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다.

 

지난 16일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로 노조 측은 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챙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비메모리 사업부가 적자를 내더라도 인재를 유치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들도 챙겨줘야 한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DS 부문 직원은 “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는 적지만 이들 공정에서 확보한 기술력이 곧 메모리 사업부의 첨단 공정에 활용되기 때문에 인재를 유치하는 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제도화를 두고 양측은 ‘제도화’ 자체에는 일찍이 합의했다고 한다. 다만 그 기간과 형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노조측은 최초에 제도화 기간을 SK하이닉스와 같은 10년으로 제안했다. 사실상 고정 제도화를 원환 것이다. 반면 사측은 3년 동안 협상안을 유지한 뒤, 그 다음 다시 협상하는 ‘유연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한편, 협상이 길어지자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도 “결과가 언제 나오냐”며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2차 협상일인 19일 오전과 오후에는 중재안 관련 소문이 돌며 회사가 술렁이기도했다. 오전에는 17일 정부가 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중재안 사진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와 직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오후에는 최종 중재안이란 제목이 붙은 정체불명의 글이 시장에 돌며 화제를 모았다. 두 소문 다 근거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