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보다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결혼 확률이 더 높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19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 박진백 부연구위원 연구진은 국토정책브리프 제1063호 ‘인구구조 전환에 따른 부동산시장 영향과 향후 과제’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진이 서울시 주거실태조사 미시자료를 활용해 주택 점유 형태가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임차 거주가 결혼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 유형 중에서도 특히 공공임대에 거주할 때 결혼 유인 효과가 가장 컸다. 공공임대에 거주하는 30세 이하 청년층의 경우 자가나 민간임대 등 다른 주거 형태와 비교해 결혼 확률이 169.2%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자산 축적 여건 등이 달라지며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35세 이하에서는 57.3% 늘었고, 40세 이하에서는 40.3%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에서 내 집을 소유한 채 거주하는 자가 가구는 임대 거주자보다 결혼할 확률이 약 19.2%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30세 이하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괏값이 나오지 않았으나 나이가 들수록 감소세가 뚜렷했다. 35세 이하는 26.2% 감소했고 40세 이하는 23.9%, 40세 초과는 18.1% 각각 줄었다.
청년 시기 소득 대비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게 되면 매달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있고 가계의 가용 자금이 부족해져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민간임대 거주 가구의 결혼 확률은 전체적으로 16.4% 늘었다. 40세 이하는 18.6% 늘었고 40세 초과는 17.1% 증가해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에서 통계적으로 더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였다.
주거 형태가 결혼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출산 여부 자체에 미치는 효과는 통계적으로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임대 유형을 공공과 민간으로 세분화하면 결과가 상반됐다.
공공임대 거주는 출산 결정에 긍정적인 반면 민간임대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임대 거주 가구는 자가 가구와 비교해 자녀를 1명에서 3명 이상 낳는 모든 구간에서 출산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자녀 수가 많은 다자녀 가구일수록 그 효과는 더 확대됐다.
이와 달리 민간임대 거주 가구는 집을 소유한 가구보다 출산 가능성이 낮았다. 민간임대는 자녀 수가 많아질수록 부정적인 영향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주택의 면적도 출산에 영향을 줬다. 공공임대는 주택 면적이 넓을수록 출산 효과가 강화된 반면 민간임대는 면적이 좁을 때 출산 가능성이 약화됐다.
박 부연구위원은 “서울처럼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과도한 대출로 자가를 마련할 경우 결혼과 출산 등 가족 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청년층의 가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중대형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