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자”…37년 된 ‘국민커피’, 1초에 170개 팔렸다

주방 찬장 한쪽, 사무실 탕비실 선반, 여행 가방 안까지.

 

동서식품 제공 

노란색 커피믹스 한 봉지는 오래전부터 익숙한 자리에 놓여 있었다. 특별한 날의 커피라기보다 잠깐 숨을 고를 때 꺼내는 커피에 가까웠다.

 

커피믹스 시장의 환경은 예전 같지 않다. 

 

20일 aT 식품산업통계정보 커피 세분시장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제커피 매출액은 2020년 7879억원에서 2024년 6833억원으로 줄었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테이크아웃 커피가 일상화되면서 집과 사무실에서 마시던 커피믹스 소비 방식도 달라진 것이다.

 

그 안에서도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는 장수 브랜드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동서식품은 맥심 모카골드가 출시 37주년을 맞았다고 밝혔다. 1989년 처음 선보인 이후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 1년간 누적 판매량은 약 53억개로 집계됐다. 1초에 약 170개가 팔린 셈이다.

 

맥심 모카골드의 출발은 1989년이다. 동서식품은 1976년 커피믹스를 선보인 뒤, 1980년대 말 치열해진 커피 시장 경쟁 속에서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에 나섰다.

 

원두 로스팅 정도와 추출 공정, 커피·크리머·설탕의 배합을 조정한 끝에 나온 제품이 맥심 모카골드다. 동서식품은 오랜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누구나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비율을 찾았다고 설명한다.

 

커피믹스는 화려한 제품은 아니다. 대신 강점은 분명하다. 물만 있으면 되고, 맛의 편차가 작고, 마시는 순간이 짧다. 바쁜 아침이나 오후 사무실에서 찾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커피 소비 방식은 빠르게 바뀌었다. 편의점 액상커피, 캡슐커피,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가 늘면서 커피믹스만의 자리는 예전보다 좁아졌다. 조제커피 매출 감소는 이 흐름을 보여준다.

 

동서식품이 최근 광고와 체험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래된 브랜드라는 점만으로는 젊은 소비자와 계속 만나기 어렵다.

 

동서식품은 배우 박보영과 함께한 새 광고에서 “지금 행복하자, 지금 행복 한잔”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광고는 각자의 일상 속 다양한 순간에 함께해온 커피 한 잔의 시간을 보여주며, 맥심 모카골드를 ‘한국인의 소울커피’라는 이미지로 다시 꺼내 보인다.

 

브랜드 체험 공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동서식품은 2015년부터 부산, 전주, 군산, 경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모카골드 팝업 카페를 운영해왔다.

 

다방, 책방, 사진관, 우체국, 라디오 방송국, 골목, 가옥 등 콘셉트도 매번 달랐다. 노란색을 중심으로 꾸민 공간은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한 브랜드 기억을, 젊은층에게는 사진으로 남기기 좋은 체험을 제공했다.

 

지난해 경주에서 운영한 ‘맥심 가옥’은 커피 한 잔에 담긴 환대의 의미를 전통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낸 사례다. 제품을 마시는 경험을 넘어 브랜드를 머무는 공간으로 확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맥심 모카골드의 장수 배경으로 ‘익숙한 맛의 안정감’을 꼽는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소비가 카페와 RTD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했는데도 커피믹스는 사무실과 가정 중심의 고정 수요가 남아 있다”며 “맥심 모카골드는 세대별로 쌓인 브랜드 경험과 일정한 맛 품질이 함께 작용한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