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등 밀가루 제조·판매 7개사가 6년만 밀가루 공급가격 등을 담합한 혐의로 6700억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한 담합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다.
공정위는 20일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에 과징금 6710억4500만원과 3개월 이내에 가격을 재결정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24차례에 걸쳐 밀가루 가격과 물량, 공급 순위 등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대표자급 회합과 실무자급 회합은 총 55회 이뤄졌다.
이들의 담합은 2018년 대한제분이 최대 수요처인 농심에 낮은 가격으로 최다 물량을 확보하면서 촉발된 가격 경쟁이 계기가 됐다. 이후 2019년 11월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의 임직원이 모여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하면서 담합이 본격화됐다. 3사의 점유율은 62.0%에 달한다.
초기에는 농심이나 팔도와 같은 대형 수요처를 대상으로 가격과 물량을 합의했지만, 이후 삼화제분 등이 가담하면서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담합을 벌였다.
공정위는 밀가루 원재료인 원맥의 국제 시세 변동에도 이들이 함께 대응한 것으로 파악했다. 원맥은 99%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는 원맥의 국제 시세 상승기에는 판매가격을 신속하게 올리고, 하락기에는 원가 하락분을 판매가격에 늦게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당시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지급한 보조금 471억원을 받고도 담합을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담합으로 인해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격이 2019년 12월 대비 최소 38%에서 최대 74%까지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7개사가 2024년 매출액 기준 국내 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87.7%로, 공정위가 산정한 담합 관련 매출액은 5조6900억원이다. 공정위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1차적인 부과기준율을 산정하는데,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번 같은 경우 15%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은 사조동아원이 1830억9700만원으로 가장 많고, 대한제분 1792억7300만원, 씨제이제일제당 1317억100만원, 삼양사 947억8700만원, 대선제분 384억4800만원, 한탑 242억9100만원, 삼화제분 194억4800만원 순이다.
남 위원장은 “상위 사업자는 15% 부과기준율을 적용했는데 하위 사업자 같은 경우는 10%로 조정했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한 사업자들은 조사 협조해서 20%까지 감경이 된 사업자가 있고 조사 단계의 협조만 인정돼 10% 감경된 사업자가 있고 협조 감경이 적용되지 않은 사업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가격 재결정 명령에 따라 이들 사업자는 이전의 경쟁질서를 회복하는 수준으로 밀가루 가격을 다시 결정하고, 의결서 송부 이후 3개월 내에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 1월 검찰 고발요청에 따라 제분사 7곳과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해 이미 고발 조치를 완료했다. 제분사 7곳은 2006년에도 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는데, 당시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435억4700만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