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채권 자경단’의 귀환

최근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 배경으로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귀환이 주목받고 있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에 문제가 있거나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면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투자자들을 가리킨다. 실재하는 조직적 형태를 갖추지 않았지만, 소규모 헤지펀드나 채권 투자자가 이익 추구 과정에서 집단으로 행동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이끌 케빈 워시 의장의 22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대응을 촉구해온 채권 자경단이 국채를 투매해 금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 자경단이 중동전쟁 등으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폭주를 이번에도 멈춰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년 4월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할 당시 그 충격파로 뉴욕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6조달러(약 8620조원) 이상 증발해도 꿈쩍 안 했던 트럼프지만, 채권시장이 요동치자 일주일 만에 중국을 뺀 나머지 국가에는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한다며 물러선 바 있다. 천문학적 재정적자로 국채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선 트럼프 행정부로선 국채 금리 급등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상승할 전망이다. 채권 자경단이 등장하지 말란 법은 없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이창용 전 한은 총재는 재임 당시 “젊은 분들이 해외 주식투자를 많이 해서 왜 하느냐고 물어보니 ‘쿨하잖아요’라고 하더라”며 “이런 것이 유행처럼 막 커지는 면에서는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장 환율 상승 책임을 청년 ‘서학개미’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샀다. 서학개미를 복귀시킨 건 정부의 강력한 부양정책에 발맞춘 국내 증시의 강세였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매와 전세, 월세 모두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트리플 강세’ 국면이다. 다주택자가 버티기로 돌아서 매물 잠김 우려가 크지만, 정부는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과연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대로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