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이 22년 만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왕좌에 복귀했다. 과거 아스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아르센 벵거(프랑스) 감독 시절의 패싱 게임을 기반으로 한 ‘아름다운 축구’를 버린 대신 미켈 아르테타(스페인) 감독 지휘 아래 철벽 수비와 실리축구로 무장한 덕에 묵은 한을 풀 수 있었다.
아스널은 EPL 2위를 달리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20일 영국 본머스의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EPL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본머스와 1-1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이번 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전날 번리와의 런던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승점 82(25승7무5패)를 쌓은 아스널은 맨시티가 이날 승점 1을 추가해 승점 78(23승9무5패)에 그치면서 이번 주말 열리는 최종 38라운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순위표 맨 윗자리를 사수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아스널은 2003~2004시즌 이후 22년 만에 EPL 우승이자 잉글랜드 1부리그 14번째 정상에 올랐다. 이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이상 20회)에 이은 3위 기록이다.
잉글랜드 1부리그가 EPL 체제로 재편된 1992~1993시즌 전에도 런던을 대표하는 명문이었던 아스널은 EPL 출범 초반에도 맨유와 ‘쌍벽’을 이루는 강호로 군림했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벵거 감독은 EPL을 대표하는 명장이자 라이벌 관계였다. 벵거 감독은 ‘킹’ 티에리 앙리(프랑스)를 정점으로 하는 아름다운 축구를 앞세워 2003~2004시즌엔 26승12무로 EPL 유일무이의 무패 우승의 신화를 일궈냈다.
그러나 2006~2007시즌부터 신축 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옮긴 이후 아스널은 EPL의 우승 패권을 가져올 수 없는 팀으로 전락했다. 구장 신축 과정에서 쌓인 막대한 부채로 인해 긴축 재정을 펼쳐야 했고, 자연스레 슈퍼스타급의 선수를 수혈하지 못하고 유망주를 성장시켜 활용하는 전략으로 구단 운영의 방향이 바뀌었다.
아르테타 감독은 아스널의 상징인 벵거 감독 시절의 아기자기한 정교한 패스와 창의적인 연계 플레이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축구’를 뒤로한 채 EPL 37경기에서 26골만을 내주는 ‘철벽 수비’와 코너킥으로만 전체 69골 중 18골을 넣는 등 세트 피스 중심의 ‘실리 축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덕분에 아스널은 올 시즌 1-0 승리를 무려 8회나 기록했다.
아스널의 이런 행보에 대해 잉글랜드 축구계에선 ‘추한 축구로 우승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아르테타 감독은 “나도 아름다운 축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축구를 보고 싶다면 다른 나라로 가야 한다”고 받아치며 ‘덜 아름답지만, 훨씬 더 결정적이고 실리적인 축구’로 구단의 22년간 묵었던 숙원을 해결했다.
이제 아스널은 ‘더블’(2관왕)에 도전한다. 아스널은 31일 오전 1시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푸슈카시 아레나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파리 생제르맹과 맞대결을 펼친다. 아스널은 2005~2006시즌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UCL 결승에 올랐으나 FC바르셀로나에 1-2로 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이번이 UCL 두 번째 결승 진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