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을 의제로 한 노사협상은 우리 사회에 여러 질문을 던졌다. 기업들이 혁신의 대가로 제시해 온 성과주의가 도리어 구성원 간의 불신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성과주의의 역설’을 확인시켰다. 향후 기업들은 보상체계의 설계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소통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초귀족 노조의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적지 않을 만큼 우리 사회가 노조에게 기대하는 가치와 거리가 먼 장면이 잇따른 것도 눈길을 끌었다. 과거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고용 안정, 정치·사회적 의제를 고리로 투쟁하면서 사회 변화의 한 주축이었던 노조가 이제는 오로지 직접 보상 같은 ‘실리’만을 따지는 이익단체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삼성그룹 반도체(DS) 부문 중심의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가 수십조원의 직접 손실이 불가피한 파업을 볼모로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동료인 비반도체(DX) 부문 조합원들을 소외시키거나 협력업체·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상생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일부 대기업에서 잇따라 불거진 성과급 갈등이 재계로 확산할 경우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가 ‘연대’의 가치를 높이기보다 노동자 간 양극화와 계급 갈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조는 자기 이해를 추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사회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 삼성전자 노조는) 굉장히 좁은 울타리를 넘어서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노동3권이라는 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거기에는 연대와 책임이라는 아주 중요한 원리가 작동한다”며 “오로지 개인 몇 사람의 이익을 위해 집단적으로 뭔가를 관철해내는 무력을 준 것이 아니다. 적정한 사회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약자들의 힘의 균형을 이뤄주기 위한 헌법적 장치”라고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연대와 책임의식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언제나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공지능(AI) 시대에 형성된 막대한 초과이익을 기업과 구성원, 사회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분배 문제도 공론화됐다.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올리기까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수많은 협력업체의 노력 등 공동체의 역할이 적지 않았고, 마침 불어닥친 AI 열풍 등 외부요인도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성과급 갈등이 경영계 전반으로 확산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심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정규직 시간당 임금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65.2% 수준으로 2015년(6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격차가 10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원청의 임금 인상 부담이 늘어나면 협력업체의 물량을 줄이거나 단가를 깎을 수 있다”며 “최근 협력업체들이 어렵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어 원하청 이중구조가 더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