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전쟁 수행 권한을 제한하는 전쟁권한결의안이 미 의회 상원 예비표결을 여덟 번째 시도 만에 통과하고 본회의에 정식 상정됐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미국 유권자들의 민심이반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트럼프 대통령을 호위하던 공화당에서조차 이탈표가 점점 늘어나는 등 정치권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쟁 수행 권한을 제한하는 전쟁권한결의안을 50대 47로 가결했다. 이란전쟁 발발 후 상원 소수당인 민주당은 결의안 표결을 지속해서 시도했지만 일곱 번이나 공화당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다. 그러나 이날은 공화당에서 4개의 이탈표가 나오며 여덟 번째 시도 만에 과반수를 넘었다. 루이지애나의 빌 캐시디, 알래스카의 리사 머카우스키, 메인의 수전 콜린스, 켄터키의 랜드 폴 등 공화당 의원 4명이 민주당 46명의 의원과 함께 찬성표를 행사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1표의 이탈표만 나왔다.
이번 투표는 상원 본회의 상정을 위한 예비투표로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에서까지 가결되면 법적 강제력이 발생한다. 다만, 이날 예비표결이 가결됐음에도 결의안 최종 통과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공화당이 예비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을 황급히 복귀시키며 본투표 부결을 위한 단속이 시작했고, 하원 역시 공화당이 다수당을 점해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심지어 상하원 문턱을 모두 넘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이 행사된 결의안은 다시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최종 승인된다.
그러나 이날 예비표결 통과와 상원 본회의 상정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이란전쟁과 관련한 불만이 공화당 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다.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5∼18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5%로, 지난달 기록한 집권 2기 최저치인 34%보다 불과 1%포인트 높았다.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외교 이벤트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던 직후 이루어진 조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지율 하락과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21%에 달했다. 이란전쟁 이후 미국 내 휘발유 가격과 식품 물가 등 생활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이 지지자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공화당 내부 균열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체념이 벌써부터 확산하는 중으로, 당 원로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지난달 말 “중간선거가 5월에 치러진다면 공화당은 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소장파 정치인들이 잇따라 예비선거에서 탈락하면서 여전히 당내 영향력은 강력하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본선 경쟁을 의식해 트럼프 대통령과 지나치게 밀착한 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이번 결의안 통과와 같은 이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하루 전 선언한 이란 공격 보류가 한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격 보류 결정이 자신의 결정이 아닌 걸프국 정상들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그들이 2∼3일 정도만 줄 수 있느냐고 했다. 나는 이틀이나 사흘, 아마도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아니면 다음주 초 등 일정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격 보류 선언 하루 만에 이란에 언제든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압박을 재개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압박은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재국들 관계자들과 미국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양측 입장차가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