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진정성 있는 서사 더 소중”

22회 세계문학상 시상식

성수진 작가 장편 ‘유리 조각 시간’
“끝내 쓰는 사람으로 남을 것” 소감
“제게 있어, 소설은 현실의 제가 갈 수 있는 것보다 아주 조금 더 나아가는 세계입니다. 바닷물을 발에 담그지 못하더라도, 바닷가 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먼 곳의 바다를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렇게 조금의 지향을 갖는 것이 제게는 소설 쓰기입니다.”


장편소설 ‘유리 조각 시간’으로 제2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성수진 작가는 20일 이같이 말한 뒤 이번 세계문학상 수상으로 “저 자신에 대한 의심을 그만두고 제게 다가오는 소설의 세계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편소설 ‘유리 조각 시간’으로 제2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성수진 작가(가운데)가 2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세계문학상 시상식에서 세계일보 이기식 사장(왼쪽), 은희경 심사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성 작가는 이날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대강당에서 본사 이기식 사장과 박희준 편집인, 박정훈 부사장, 심사위원장 은희경 소설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상식에서 당선 전화를 받기 전 당선작을 고쳐 쓰고 있었다고 기억한 뒤 “이대로도 괜찮다면, 심사위원께서 한 편으로 꼽아주셨다면, 앞으로는 내가 아닌 다른 것을 추구하지 말고 내가 쓸 수 있는 소설을 조금 더, 나의 방식대로 견고하게 쓰고 싶다고 다짐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수상의 의미는 오랜 시간이 지나 제가 끝내 쓰는 사람으로 남았을 때 빛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쉽지 않겠지만 주저앉고 싶을 때면 오늘의 수상을 기억하며 이 자리를 다시금 떠올리며 쓰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세계문학상 당선작 ‘유리 조각 시간’은 학창 시절 채팅 사이트를 통해 만나서 우정을 나눈 두 여성이 성인이 돼 다시 마주하면서 소설을 매개로 과거와 상처를 재독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수상작은 도서출판 나무옆의자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은 심사위원장은 축사에서 인공지능(AI)이 작성한 글과 문학작품의 차이를 대비한 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전부 어떤 사람이 되어야 된다는 매뉴얼을 받는 것 같다”며 “하지만 문학과 같은 인문학은 이 매뉴얼이 맞는 거야, 라고 질문은 던지거나, 과연 이것이 성공인가, 내가 원하는 행복인가, 내가 원하던 가치인가를 질문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매뉴얼을 기준으로 보면 문학은 효용이 없지만, 문학을 통해 그런 매뉴얼을 끊임없이 바꾸어왔기 때문에 인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며 “문학 등을 통해 기본적인 사유를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더 커다란 의미에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효용”이라고 문학의 힘을 역설했다.

이 사장은 시상식 인사말에서 “오늘날 우리는 AI가 글을 쓰고 창작의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이 겪어낸 시간과 감정, 삶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과 창의력은 쉽게 대체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런 시대일수록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서사, 깊은 상상력의 가치는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며 “세계일보는 앞으로도 세계문학상을 통해 새로운 작가와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한국문학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길에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