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CPTPP 가입하면 일본이 지원”…한·일 경제인, 경제 안보 협력 맞손

한국과 일본 경제인들이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를 진전시키는 등 세계 경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는 20일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이틀간 이어진 제58회 한일경제인회의를 마쳤다. 이들은 “에너지 및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 체제에 대한 취약성이 현저히 드러나고 경제 안보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국제경제 환경에서 자유롭고 열린 경제질서의 유지·강화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경제공동체 구상 등의 논의를 토대로 한일파트너십을 더욱 심화해 국제사회의 존재감과 발언권을 높이고, 경제질서의 유지·안정화에 있어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다짐했다.

 

한일 경제 협력 방향의 구체적인 예로는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을 들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날 경북 안동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의제에는 오르지 않았다.

 

한일 경제인들은 “한일 양국 경제인은 한국의 CPTTP가입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의 진전과 그 실현을 향한 일본의 지원을 기대하고 양국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열 한일경제협회 회장(LS 이사회 의장)은 공동성명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가 (CPTPP 가입을) 신청하면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고지 아키요시 일한경제협회 회장(아사히그룹홀딩스 회장)은 “기본적으로 CPTPP가입은 한국이 결정해야 할 문제로, 일본이 의견을 개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국이 가입한다면 일본 정·재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가입하면 다자간 협력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도 거론됐다. 한·일 경제인들은 미국과 중국이 AI 등 첨단 기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양국 간 연대를 통해 제3의 축을 만들고, 신산업 분야를 육성함과 동시에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고지 회장은 “일국 우선주의에 빠지지 않고 양국의 강점을 내놓고 연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전날 개회사에서는 “바로 오늘, 대한민국 안동에서는 한·일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 이곳 도쿄에서는 경제인들이 협력방안을 논의하기에 더 의미가 새롭다”며 “양국의 공통 도전 과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동성명에는 중동 정세 악화와 호르무즈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양국 경제인들은 사태의 장기화가 한일 경제 모두에 직격탄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고지 회장은 “일본은 원유 국가 비축분을 방출하고 한국은 대체조달 공급처를 찾는 등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공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양국이 대책을 공유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