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국가정보원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불러 계엄 취지를 설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검 권창영)이 20일 피의자 중 하나인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진실공방을 벌였다. 종합특검팀은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 다음달 6일이나 13일에 군형법상 반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낸 재판부 기피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기피 신청은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측에서 법관을 배제할 것을 신청하는 제도다.
◆洪 “거짓 주장… 전달 받거나 한 적 없어”
종합특검팀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 “조태용 전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1차장 산하 해외담당 부서는 주한 미국 CIA 책임자를 국정원으로 불러 문건의 취지대로 설명한 바 있으며, 홍 전 차장은 이 모든 과정을 보고받고 재가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해외에 설명하는 내용의 ‘대외 설명자료’를 입수했고, 이후 국정원 관련자 40여명을 조사하면서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과 홍 전 차장 등 전 국정원 정무직 6명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22일엔 홍 전 차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관련자들을 불러 대외 설명자료 배포 요청과 실행 과정을 파악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홍 전 차장은 언론에 “만약 (특검팀이) 그렇게 알고 있다면 누군가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제가 CIA에 뭘 전달하라고 한 적도 없고, 밑에서 CIA에 뭘 전달하겠다거나 누가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누군가에게 CIA에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했다면 그 지시를 받은 사람을 찾으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尹, 출석할 것”… 이달 26·29일도 소환
윤 전 대통령 측은 종합특검팀의 소환 통보에 “아직 조율 중이지만 6월 초 주말 중에 출석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을 조사하며 반란죄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형법상 반란죄 혐의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등과 순차로 공모해 병기를 휴대한 군인들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보내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는 내용이 골자다.
종합특검팀은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26일 피의자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바 있다. 특검팀은 만약 윤 전 대통령이 불응할 경우 29일 재소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 지연 목적” 밝혀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에 대해 제기한 기피 신청을 이날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3일 해당 재판부가 항소심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을 심리한 점을 들어 “핵심 쟁점인 비상계엄 및 후속 행위를 내란으로 판단해 유죄의 예단을 가지고 있다”며 기피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과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은 별개의 형사 사건으로,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없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 관련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 변호인이 제기한 법관 기피 신청 역시 기각했다.
김 전 장관이 거듭해서 재판부를 바꿔 달라며 낸 ‘기피 사건에 대한 기피신청’도 간이 기각됐다. 간이 기각은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한 기피 신청임이 명백한 경우 기피 대상 재판부가 직접 신속하게 기각하는 결정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기피 신청의 내용, 경위 등을 비춰봤을 때 재판 지연의 목적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