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깨지자 와르르… 잘나가던 NFT ‘날개 없는 추락’ [세계는 지금]

1년도 못 간 장밋빛 전망

디지털 자산 원본 증명기술 주목
투자거물들 수천만弗 구매 ‘광풍’
운영 부실·사기… 각종 문제 노출

2022년 1분기 325억弗 거래 정점
2026년 1분기 1.7억弗, 장기간 침체
일각선 “수집 인기 여전” 긍정론도

2021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콘텐츠의 진품을 가려낸다는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수집 열풍이 일어났다. 당시 ‘NFT 붐’을 보는 시각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오프라인에서도 진품을 감별할 수 있는 ‘생활 속 필수 기술’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부유층의 이상한 취미 도구’로 평가절하하는 냉정한 시선도 존재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결론은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유동성 거품’이 걷히자 NFT 시장은 열풍이 불었던 2021년 이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개념은 좋았지만, ‘신뢰’의 문제를 결국 넘어서지 못했다”고 짚었다.

21일(현지시간)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플랫폼 ‘토큰터미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NFT 거래량은 1억7100만달러(약 2558억원)로, 2021년 1분기(2억7100만달러) 규모를 밑돌았다. NFT 거래량은 2021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늘어나다 2022년 1분기 325억43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하락했다.

NFT란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해 그 자산의 소유권과 원본성을 증명해 주는 가상의 인증서다. ‘디지털 원본 증서’가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개념이다. 디지털 파일은 누구나 복제해 소유할 수 있어 원본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운데, 그것을 표기하는 기술인 셈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을 거래할 수 있다는 특징은 순식간에 수집 열풍으로 옮겨붙었다. 2021년 그래픽 디자이너 ‘비플’(Beeple)의 콜라주 작품 ‘매일 : 첫 5000일’은 크리스티스 경매에서 약 6930만달러에 거래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생존 작가의 예술품 경매 최고가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NFT 시장에 거액이 오가자 주류 언론도 주목했다. 포브스는 ‘2022년 블록체인 경향’ 중 하나로 NFT의 잠재력을 언급했다. 포브스는 NFT가 디지털 콘텐츠 거래뿐 아니라 실생활 속 주류, 의류 등의 정품 인증 기술에도 쓰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매일: 첫 5000일
더 머지

그러나 장밋빛 전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NFT 시장에 대한 관심은 꺼졌다. 블룸버그는 2022년 9월 NFT 거래량이 같은 해 1월의 최고치보다 97%가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이듬해인 2023년 NFT 거래 시장조사 업체 ‘댑갬블’의 조사 결과 투자자가 보유한 NFT 7만3257개 중 95.3%(6만9795개)는 가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21년 290만달러에 팔렸던 잭 도시 트위터 창립자의 첫 트윗 NFT는 이듬해 입찰가가 280달러에 그쳤다. 시장이 쪼그라들자 영국 경매 업체 크리스티스는 2022년 디지털 예술품 NFT 판매를 위해 설치했던 ‘디지털 아트’ 부서를 지난해 9월 폐쇄했다.

실생활에까지 쓰일 것이라 기대했던 NFT가 갑자기 찬바람을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판매자들이 NFT를 구매했다고 해서 해당 작품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부여받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해킹 문제에서 소비자를 보호할 방법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NFT 구매 1∼2년 만에 원본임을 보증하는 하이퍼링크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할 정도로 부실하게 운영되는 상황 속에서 과대광고가 시장만 부풀렸다는 것이다. 매체는 “NFT 산업은 몇 가지 기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전례 없는 사기, 부정행위가 발생해 예술가와 구매자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고 비판했다.

시계
휴먼 원
크립토펑크 #5822

정보기술(IT) 평론가 아닐 대시는 NFT 붕괴의 사례를 ‘골드러시’에 비유하면서 “NFT의 기본 아이디어는 심오했고, 지금도 그렇다. 예술가들이 자신 작품의 도용을 막고, 더 쉽게 판매하도록 돕는 기술이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예술플랫폼 ‘아츠퍼’는 NFT의 붕괴 원인에 대해 “본질보다는 단기적 이익에 사로잡힌 구매자들이 많아, 투기심리가 식으면서 수요도 감소했다”면서 “예술적 깊이가 부족한 작품이 서둘러 나오면서 전반적 품질을 저하시켰고, 규제 및 시장 불확실성이 신뢰를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NFT 시장이 여전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열풍을 이뤘던 이전과는 다르게 ‘투기’의 성격보다 ‘수집’이 강조된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미농구연맹(NBA)이 경기 명장면이나 선수의 이미지를 NFT로 발행하는 ‘NBA 톱샷’은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루이뷔통 등 일부 기업들이 여전히 NFT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블록체인 투자 거물인 얏 시우 애니모카브랜즈 공동창립자는 올해 1월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서 “NFT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지만, 죽은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부유한 수집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NFT가 80% 하락했지만, 장기 투자 목적이라면서 “되팔기 위해 구매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