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밀서’ 들고 가나… 시진핑, 푸틴 만나자마자 평양행 기습 드라이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다음 주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고,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주앉은 직후 나오는 방북 기류다. 베이징을 무대로 연쇄 정상외교를 펼친 시 주석이 평양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와 ‘북·중·러’ 전선 공고화라는 양면 포석에 외교가의 이목이 쏠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일 정부 고위당국자는 “시진핑 주석이 곧 북한을 방문한다는 첩보가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도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시 주석이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평양을 다녀왔고, 최근에는 중국 경호팀과 의전팀도 사전 준비를 위해 평양을 다녀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통상 정상회담 직전에 양국 경호·의전 인력이 실무 답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임박했다는 진단이다. 미국 타임지도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이르면 내주 북한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이 성사된다면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의 방북이 된다.

 

이번 방북의 일차적 목적은 북·미 및 남북 관계의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한 ‘중재자’ 역할에 방점이 찍힌다. 앞서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사를 지속해서 피력해 왔으나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회담 당시 시 주석에게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고, 시 주석이 이를 이행하기 위해 직접 평양행을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가동한 외교적 드라이브도 연장선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중 정상의 한반도 문제 협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21일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라며 “북·중 간 교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번 방북은 미국과 동맹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밀착의 성격도 지닌다. 올해는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이다.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이 조약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양국은 최근 고위급 교류와 동맹 복원 의지를 다져왔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지난달 방북한 왕이 부장을 만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타임지는 이번 방북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살상 무기 수출 규제를 풀고 자위대 명시 개헌을 추진하는 등 안보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의 행보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짚었다. 익명의 소식통은 매체에 “중국과 북한이 일본의 새로운 군국주의에 맞서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중대사관과 북한 당국은 아직 관련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