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린란드 주민들, 의존하는 대신 독립할 기회 존재”

트럼프 임명 그린란드 특사, 언론과 인터뷰

미국 고위 공직자가 ‘그린란드는 덴마크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문이 예상된다. 18세기 초 덴마크에 편입된 그린란드는 국제사회에서 ‘덴마크 영토’로 공인되며, 현재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고도의 자율성을 누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특사’인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운데)가 그린란드 누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19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그린란드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 참석한 제프 랜드리 미국 루이지애나 주지사(공화당)는 AFP와 인터뷰를 했다. 랜드리는 지난 2025년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그린란드 특사’로 임명됐다. 랜드리가 특사 자격으로 그린란드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랜드리는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주민들은 ‘의존’에서 ‘독립’으로 올라설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덴마크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의 도움을 받아 자립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란 뜻이 담겨 있다. 사실상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독립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이간질인 셈이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3월 그린란드를 찾은 J D 밴스 부통령이 피투피크 우주군 기지에서 미군 장병들을 상대로 행한 연설 내용을 연상케 한다. 당시 밴스는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자결권’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721년부터 섬을 지배해 온 덴마크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청했다. 또 덴마크 정부를 겨냥해 “당신네는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지 않았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오랫동안 덴마크의 식민지였던 그린란드는 현재는 자치 정부가 주민들을 위한 거의 모든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외교·국방 분야에 한해서만 덴마크 정부에 의존하는 체제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면적이 남북한을 더한 한반도의 10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인구는 원주민과 덴마크인 등을 비롯해 5만7000여명에 불과하다.

 

랜드리는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에는 미국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그린란드에 다시 발자국을 남겨야 할 때”라고도 했다. 그는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자치 정부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트럼프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는 미국 중심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고 이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미국이 그린란드 점령을 위한 무력 행사에 나서는 경우 나토는 동맹국들 간의 분열로 붕괴 수순을 밟는 것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