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없애는 약 [詩의 뜨락]

강지혜

 꿈에서 나는 단칸방에 살았고

 꿈에서 우리집은 계속 정전이었다

 꿈에서 나는 그럼에도 변기 물이 내려가는 것에 감사했고

 꿈에서 나는 비올라를 배웠다

 꿈에서 나는 운지법을 더듬더듬 익혔다

 꿈에서 나는 손가락의 굳은살을 만지며 웃었다

 꿈에서 내게 개가 없었고

 꿈에서 나는 바람으로 다시 태어나겠다 말했다

 꿈에서 아이는 바람을 키우겠다 말했다

 꿈에서 나는 바람이 크면 무엇이 될까 생각했다

 꿈에서 나는 아이가 없었는데

 꿈에서 모두 내게 무심했다

 꿈에서 아이는 “우리 엄마는 꿈을 없애는 약을 먹어. 그치?”라고 말하며 웃었다

 

 꿈을 없애는 약은 증량, 우울증 약은 반으로 줄였고요. 약은 삼 주 치 처방했습니다. 다음달 오실 날짜는 이십일일 괜찮으세요?

 

-시집 ‘문어는 심장이 세 개’(문학동네) 수록

 

●강지혜

△1987년 서울 출생. 2013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집 ‘내가 훔친 기적’,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지?’ 등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