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정착에 성공한다면… 지구인과 다른 ‘신인류’ 탄생한다

우주 속 거대한 ‘갈라파고스 섬’ 화성
환경 적응 과정 신체적·유전적 변화
뼈·근육 구조 재편 피부색까지 변형
통제된 폐쇄 기지서 면역체계 퇴화
흔한 감기도 치명적인 죽음의 고향
생물학적 장벽에 지구 귀환은 차단
새 인류 ‘호모 마르티안’ 진화 주장

비커밍 마션/ 스콧 솔로몬/ 이한음 옮김/ 세로북스/ 2만4500원

 

지난달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아르테미스 2호가 반세기 만의 유인 달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열흘간 우주 공간에 머문 뒤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각국의 화성 탐사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달을 넘어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나사를 중심으로 한 유인 화성 탐사 계획 역시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저자는 화성 이주를 낭만적 미래 서사가 아니라 냉정한 진화생물학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인류는 화성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화성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변형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그동안 인류가 던져온 질문은 주로 “어떻게 화성까지 갈 것인가”, “그 척박한 환경에서 산소와 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와 같은 공학적·기술적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이 보여준 극한의 생존 투쟁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스콧 솔로몬은 ‘비커밍 마션’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인류가 화성 정착에 성공한다면,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랄 후손들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년 동안 지내는 업무를 수행한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의 모습. 연구자들은 그의 도움으로 우주에서 장기간 지낼 때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 의학 데이터를 수집했다. 출처 나사

저자는 인류가 지구라는 요람을 떠나 화성이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고립될 때, 진화생물학의 법칙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지를 냉철하면서도 흥미롭게 추적한다.



책에 따르면 진화생물학에서 ‘격리’는 새로운 종의 탄생을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조건이다.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섬 환경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달라진 핀치새를 관찰하며 진화론의 토대를 세웠듯, 저자는 화성을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갈라파고스 섬’으로 규정한다. 지구와 화성 사이 평균 거리 약 2억2500만㎞는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의 생물학적 고립을 의미한다.

1971년 달 표면의 우주비행사 제임스 어윈. 그는 사흘을 달에서 보냈는데 우주복에 문제가 생겼고, 심장부정맥을 겪었다. 출처 나사

저자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의 톱니바퀴가 지구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화성 정착민들은 단순히 지구 문화를 유지한 ‘화성 거주 지구인’에 머무르지 않는다.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신체적·유전적 변화를 거듭하며, 점차 지구인과 교배가 어려운 새로운 인류, 이른바 ‘호모 마르티안(Homo Martian)’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책은 미래 화성인들이 겪게 될 변화를 중력, 방사선, 면역체계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우선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약 38% 수준에 불과하다. 인간의 뼈와 근육은 중력이라는 저항 속에서 밀도와 강도를 유지하는데, 저중력 환경에서는 몸을 지탱할 필요가 줄어든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장기간 체류한 우주비행사들이 심각한 골밀도 저하와 근육 위축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콧 솔로몬/ 이한음 옮김/ 세로북스/ 2만4500원

책 서문을 쓴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는 1년간 우주 체류 뒤 지구로 귀환했을 때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는 다시 지구 중력에 적응하는 과정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신체적 경험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고한다. 저자는 지구 중력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화성 태생 아이들이 결국 지구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존재가 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방사선 문제도 심각하다. 화성은 지구와 달리 강력한 자기장과 두꺼운 대기층이 없어 우주 방사선과 태양풍에 직접 노출된다. 정착민들이 지하 기지나 돔형 도시에서 살아간다 해도 지구보다 훨씬 높은 방사선 노출을 피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방사선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촉진해 진화 속도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방사선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생물학적 방어 체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구 인간이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멜라닌 색소를 진화시켰듯, 미래의 화성인은 우주 방사선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색소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화성인의 피부가 오렌지색이나 녹갈색 계열로 변할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방사선으로 인한 시력 손상을 줄이기 위해 안구 구조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언급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면역체계 변화에 대한 분석이다. 화성의 인공 정착지는 철저히 통제되고 소독된 폐쇄 환경이다. 지구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곰팡이, 기생충과 단절된 채 세대를 거듭하면 면역 시스템 역시 단순화되거나 퇴화할 수밖에 없다.

지구인의 면역체계가 수억 년 동안 병원균과 싸우며 진화한 거대한 군대라면, 화성인의 면역체계는 싸울 상대를 잃은 채 축소된 조직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화성인에게 지구는 더 이상 ‘선조의 고향’이 아니라, 흔한 감기 바이러스조차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행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면역 차이가 결국 화성 정착민들의 귀환을 가로막는 생물학적 장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주에서 인간의 생식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도 흥미롭다. 1980년대 나사의 우주 거주 가능성 연구를 이끌었던 이본 클리어워터는 “사람들을 90일 동안 우주에 가둔다면 친밀한 행동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우주 정착을 위해 인간 생식 연구는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1994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에서는 일본 송사리가 우주에서 최초로 짝짓기와 번식에 성공했고, 임신한 쥐를 우주로 보내 귀환 뒤 변화를 분석한 실험도 진행됐다.

이 책이 던지는 충격은 공간의 이동이 곧 존재의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화성 개척을 지구 문명의 영토 확장으로 상상한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화성에 정착한 인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구인과 점점 다른 존재로 변해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새로운 종에 가까운 ‘호모 마르티안’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주 개척의 끝에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이 도발적인 상상력을 과학적 근거 위에서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