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이 빼앗는 일자리… ‘배움의 기회’를 잃는 인간

스킬 코드/ 맷 빈/이희령 옮김/ 청림출판/ 2만원

 

‘부서 업무를 인공지능(AI) 활용으로 전환하라.’ 이미 국내 기업에서도 AI로 인한 대격변이 시작된 상황이다.

신간은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익숙한 공포담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는다. 인간이 일을 배우고 숙련자가 되는 과정 자체가 기술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맷 빈/이희령 옮김/ 청림출판/ 2만원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도제식 학습이다. 초보자는 전문가 곁에서 어려운 일을 보고 따라 하며 조금씩 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실수하고 조언을 듣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몸에 밴 능력과 판단력을 익힌다. 이것이 오래된 학습 구조 ‘스킬 코드’이고 도전, 복잡성, 연결이 핵심요소다.



도전은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난도다. 너무 쉬운 일은 사람을 단련하지 못하고 너무 어려운 일은 좌절만 남긴다. 복잡성은 현실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숙련자는 상황의 맥락을 읽고 보이지 않는 변수를 다룰 줄 안다. 연결은 전문가와 초보자 사이의 신뢰 관계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배우고 인정받으며 더 어려운 일에 뛰어들 용기를 얻는다.

문제는 AI와 로봇이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약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수술용 로봇이 의사의 손을 대신하면 수련의는 직접 해보며 배울 기회를 잃는다. 물류 로봇이 사람의 이동과 판단을 대체하면 노동자는 작업 과정에서 얻던 감각과 관계를 잃는다. AI가 분석과 코딩을 처리하면 초보 연구자는 시행착오를 통해 기초 역량을 쌓을 시간을 빼앗긴다. 이미 국내 로펌, 회계법인, SI업체 등에선 주니어를 채용하지 않는 상황이 오고 있다.

저자는 기술을 어떻게 배치해야 인간의 학습 능력을 살릴 수 있는지 묻는다. 자기계발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론에 가깝다. 개인에게 “더 열심히 배워라”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이 배움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묻는다. AI 도입의 성패는 결국 생산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사람을 덜 쓰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을 더 잘 배우게 하는 조직이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