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펫과 테크놀로지 [유선아의 취미는 영화]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페드로 파스칼)은 임무를 부여받아 그로구와 함께 은하계를 여행한다. 신 공화국의 워드 대령(시고니 위버)이 딘 자린에게 준 임무는 제국 사령관 코인을 찾아내기 위해 자바 더 헛의 아들 로타 더 헛(제러미 앨런 화이트)을 찾아 데리고 오라는 것이다.

딘 자린은 로타 더 헛을 찾아 헛족의 고향 행성 날 허타와 샤카리 행성으로 향한다. 스타워즈 시리즈 ‘만달로리안’을 기반으로 확장된 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아이언맨’, ‘아메리칸 셰프’ 등으로 친숙한 배우이자 감독인 존 파브로의 연출작이다. 만달로어인 딘 자린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하이퍼드라이브로 광속의 속도를 넘어 행성과 행성 사이를 이동한다. 미래 공간을 제시해야만 하는 것은 SF의 숙명이겠지만 스타워즈 시리즈가 최초로 관객 앞에 나선 이래로 실제 미래의 시간에 도착해 있는 현재, 그 미래 공간은 어딘지 진부하고 낡아 보일 위험을 함께 마주한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익숙한 미래를 제시하려는 강박에서 자유롭다. 워드 대령이 딘 자린에게 주는 비행선은 빈티지 모델이다. 샤카리 행성의 주민은 핼러윈 가면이라도 쓰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들의 우주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시작부터 품고 있었던 시대적 배경 때문에 매끈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외계 종족의 얼굴보다도 장난처럼 뒤집어쓴 가면이 진지하게 통용되는 세계다. 이 연장선에서 그로구 역시 기본적으로 애니매트로닉 퍼펫으로 구현되었다. 눈의 깜빡임이나 귀의 움직임, 자세와 미세한 동작을 여러 명의 퍼펫 조종사가 조종한다. 스톱모션도 사용되었다. 기계의 힘을 빌려 인간의 손으로 구현해 낸 움직임이다. 스톱모션이나 퍼펫이 사용된 영화는 길지 않은 영화사에서도 유서 깊은 연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초기 영화사에서 스톱모션은 핵심 특수 효과로 쓰였다. 기계식 퍼펫이 영화에서 주요한 캐릭터 연기의 도구로 사용된 예시로 ‘E.T’나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의 요다를 들 수 있다.



현대 영화 제작에서 컴퓨터 그래픽이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영화 제작의 판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열린 칸 영화제에서도 영화에서의 AI 활용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칸 영화제는 AI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생성형 AI가 주도적으로 사용된 영화는 경쟁 부문에서 제외된다.

컴퓨터 기술이 시각효과나 후반작업의 시간과 비용 축소 면에서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신중하게 논의되는 와중, 퍼펫과 스톱모션을 단순히 새로운 기술과 경쟁하게 된 낡고 오래된 기술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부피와 질감을 가진 그로구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 도시 틈에 등장한 외계 행성의 울창한 숲만큼이나 존재감을 떨친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가 숨 가쁘게 우주를 가로지르다 도착한 초록 숲에서의 느리고 조용한 호흡은 오래된 기술이 여전히 영화의 현재형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유선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