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패장 손창환 감독에게 박수를

2025∼2026시즌 프로농구는 부산 KCC가 ‘사상 첫 정규리그 6위 팀 우승’이라는 드라마를 쓰며 막을 내렸다. 이상민 감독의 첫 우승에 찬사가 쏟아졌지만, 코트 뒤편에서 그에 못지않은 뜨거운 감동으로 팬들의 마음을 울린 또 한 명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준우승에 머문 손창환 고양 소노 감독.

 

비록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으나, 그가 이번 시즌 보여준 리더십은 승패를 초월한 진정한 스포츠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손 감독의 여정은 시작부터 눈물겨웠다. 소노의 전신인 데이원 점퍼스 시절, 모기업의 경영 악화와 구단 수뇌부의 제명 사태 속에서 선수들은 연봉조차 받지 못하는 미아가 됐다. 당시 코치였던 그는 자신도 월급을 받지 못하는 처지였음에도 적금을 깨고, 심지어 공사판 막노동까지 뛰며 어린 선수들의 밥을 챙겼다. 힘든 시절을 함께 버텨낸 이 눈물겨운 일화는 그를 소노의 사령탑 자리로 이끌었고, 사령탑이 된 후에도 그의 ‘감동 농구’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리더십은 코트 위에서 나누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정규시즌 막판 10연승이 아쉽게 끊기던 순간, 그는 심판 판정에 흔들리는 대신 이렇게 선수들을 다독였다. “팬들 오셨으니까 마무리는 해야 돼. 잘해왔고 새로운 시작이야”라고.

 

선수가 실책을 범할 때는 “힘든 거 알아, 교체해 주지 못해 미안해”라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선수가 심판 판정에 흥분해 백코트를 게을리할 때는 단호했다. “싸워도 내가 싸울 테니 너희는 게임을 해!”라고 호통을 쳤다.

 

이러한 ‘삼촌 같은’ 따뜻함과 책임감은 선수들의 마음을 완전히 훔쳤다. 이기완 단장과 황명호 사무국장을 비롯한 프런트 그리고 선수단 전체가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시즌 초반 하위권을 전전하던 소노가 기적처럼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 끈끈한 신뢰에 있었다.

 

최근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그는 올 시즌 돌풍의 비결을 “선배 지도자들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했던 노력과 선수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돌렸다. 4초 이내에 승부를 보는 화끈한 ‘얼리 오펜스’ 전술만큼이나, 그의 리더십은 신선하고 강렬했다.

 

비록 마지막 무대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지만, 손 감독이 한국 프로스포츠 판에 던진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군림하기보다 선수를 위해 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는 리더가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진정한 감동을 선사한 패자, 손창환 감독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