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대통령 거친 외교 관련 언사, 국익에 부합하나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05.21. photocdj@newsis.com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 총리를 겨냥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범으로 인정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 아니냐”며 “우리도 (체포 여부를) 판단해보자”고 했다. 한국인 활동가 등이 탑승한 팔레스타인 가자행 구호선단 나포에 대해 “너무 비인도적이다”,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하던 중 나온 발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외국 정부 수반을 전범으로 표현한 것은 유례가 없다. 한국인 억류를 공박하는 취지라고 해도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ICC는 2024년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 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유럽 일부 국가는 ICC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나, 미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영장 발부 관련 판사 2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국제 질서를 움직이는 것은 정의가 아닌 힘의 논리다. 작금의 역학 관계에서 현실성 없는 발언으로 외교적 갈등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 대통령의 언급대로라면 2023년 우크라이나 아동 유괴 혐의로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향후 한·러 관계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이나 푸틴 대통령 방한 추진도 못한다는 것인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의 최우선 책무 중 하나인 것은 당연하다. 이 대통령 발언은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외교 당국 레벨에서 처리해도 될 만한 사안에 대통령이 나서는 방식이다. 외교안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구심이 간다. 도대체 청와대나 외교부 라인은 무엇을 하기에 대통령이 생중계되는 공개 석상에서 외국 수반 체포 운운하도록 하나. 미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에 대한 이스라엘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런 언사가 과연 국익 외교, 실용 외교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5년 일본의 역사 왜곡과 관련, “버르장머리 고쳐주겠다”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해 한·일 관계가 상당 기간 경색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캄보디아, 이스라엘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가 파문이 일었다.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외교 관련 이슈에 대해 과도한 언행을 자중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억류됐던 우리 국민이 석방된 것을 환영한다. 이스라엘 정부도 가자 지구에서 국제적 비난을 받는 비인도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