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두 번은 낚시를 간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밤낚시 횟수도 늘어난다. 집에서는 늘 걱정이다. 늦은 밤 인적 드문 저수지에 혼자 앉아 있는 게 무섭지 않냐며 귀가를 재촉한다. 밤낚시를 하다 보면 새벽녘 서늘한 기운에 놀라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적막이 짙어질수록 분위기는 더욱 음산해진다. 어린 시절 들었던 귀신 이야기가 하나둘 떠오르고, 고라니나 멧돼지가 지나는 소리에도 괜히 등골이 오싹해진다. 공포는 인간에게 각인된 본능이다.
흥행 중인 영화 ‘살목지’ 역시 물비린내 나는 저수지의 공포를 소재로 삼았다. 누적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 공포영화 흥행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런데 영화 못지않게 화제가 된 건 촬영지인 충남 예산군 살목지다. 영화 속 공포를 직접 체험하려는 사람들로 늦은 밤 저수지가 북적이고 있다고 한다. 한밤중 100대가 넘는 차량이 시골 저수지 주변에 몰리자, 결국 안전 문제를 우려한 지자체가 야간 통행 제한 조치까지 내렸다.
과거에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장소나 비극적 사건이 있었던 곳의 이름을 숨기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장소가 관광 콘텐츠처럼 소비된다. 사람들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포를 체험하고 즐기려 한다. 예쁜 카페와 풍경 사진은 이미 넘쳐나지만, 실제 괴담이 얽힌 장소는 여전히 희소성을 지닌다. 여기에 영화의 실제 배경이라는 설정까지 더해지면 몰입감은 배가된다. “공포를 이겨내고 직접 다녀왔다”는 인증 문화와 쇼트폼 플랫폼도 괴담 관광 유행에 불을 붙였다.
최근에는 역사적 비극의 현장까지 공포 체험 대상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경북 경산의 코발트 광산이 대표적 사례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광산이었지만, 6·25전쟁 당시 민간인 수천 명이 희생된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런 곳이 ‘귀신이 나온다’는 입소문과 유튜브 공포 콘텐츠를 타고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한다. 자극적인 영상 촬영을 위해 찾는 외지인들이 늘면서 지역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공포 체험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대상이 누군가의 상처와 비극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강한 자극을 원한다면 그 장소가 품고 있는 서사의 무게도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