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노사가 도출한 성과급 잠정 합의안에 대해 22일부터 27일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잠정 합의안이 부결되면 파업 리스크가 재부상할 수 있지만 업계에선 거액의 성과급을 받게 된 조합원 비중이 큰 만큼 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투표를 통과하더라도 부문·사업부 간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 탓에 ‘원팀’ 체계 복원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시행한다.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한 노조 중 과반 노조이자 반도체(DS) 부문 중심의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이 주축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조합원이 투표 대상이다. 전날 오후 2시 명부 기준 조합원에 의결권이 부여되는데 전날 오후 3시 기준 초기업노조 수는 7만850명, 전삼노 수는 1만6286명으로 8만7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 분수령 될 6일간 투표
투표 대상 조합원 과반이 참여해 절반 넘게 찬성하면 잠정 합의안은 가결된다. 과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잠정 합의안은 부결되고, 노사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노사는 재협상에 돌입하고 정부의 추가 개입, 노조 쟁의 재의결 등 이전 협상 과정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크다. 2024년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당시에도 전삼노와 사측이 임금협상에 합의했으나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파업이 진행된 바 있다.
거액의 성과급을 받게 된 메모리와 공통조직(반도체 연구소·경영지원 등)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지면 과반을 얻을 수 있어 잠정 합의안이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부결에 따른 노조 내부 혼란도 조합원들 입장에선 부담이다.
집행부가 합의한 안건이 부결될 경우 사실상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앞서 전삼노 파업 당시에도 합의안이 부결되고 집행부 신임·불신임 투표로 이어졌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노사 합의 직후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조합원 여러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잠정 합의안 투표 결과를 초기업노조 성적표로 삼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일 직전 도출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는 기존 성과인센티브(OPI) 연봉 상한(50%)은 그대로 두되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 이런 합의를 10년간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모두 자사주로 지급하고 지급 상한은 없다. 재원의 40%는 DS 부문 전체가 나눠 갖고, 60%는 사업부별로 배분하기로 했다.
노사는 ‘사업성과’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 기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원의 31조5000억원(10.5%)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쓰이는 셈이다.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기존 성과인센티브(OPI)를 포함해 올해 6억원(세전, 연봉 1억원 기준)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적자를 낸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도 2억1000만원가량을 받게 된다. 스마트폰·가전·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고, 600만원의 위로금을 받는다.
◆성과급 격차에 ‘노노갈등’ 부각
잠정 합의안을 두고 ‘르팡’ 직원들 중심으로 반발이 나타나고 있어 공동투쟁본부 내부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르팡은 만성 적자를 낸 시스템LSI(르)·파운드리(파) 사업부를 도둑 캐릭터 ‘루팡’에 빗댄 은어다. 일부 직원들은 “르팡을 버렸다”며 잠정 합의안을 비판했다. 다만 한 DS 부문 직원은 “불만이 부각되는 온라인 반응은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 회사,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성과를 낸 것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주식 보상 600만원에 그친 DX 부문 직원들은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해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싸이클 산업인 메모리 사업이 좋지 않을 때 회사에 돈을 벌어 주고,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해준 사업부는 DX인데, 인공지능(AI)발 구조적 호황으로 얻은 이윤을 DS 부문이 자신들 성과인 것처럼 가져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만 DX 부문 직원 중심의 동행노조는 앞서 공동교섭단에 참가하지 않아 잠정 합의안에 대한 투표권이 없다는 게 초기업노조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