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쿠바 독재자 기소한 트럼프…‘마두로 체포’ 재현되나

이란 전쟁에서 좀처럼 종전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의 막후 실력자이자 혁명 원로인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을 기소하고, 곧이어 항공모함을 카리브해에 배치하면서 카리브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에도 전격적인 체제 전환을 시도할지 주목된다.

 

◆95세의 카스트로 기소한 트럼프

 

20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라울 카스트로를 겨냥해 내놓은 공소장에는 미국인 살해 음모, 항공기 파괴, 살인 등 7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압송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처럼 카스트로도 같은 수순을 밟게 될지가 관심사다. 미국은 지난 1996년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 기반의 쿠바 망명 단체 ‘구출의 형제들’ 항공기 격추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카스트로에 대해 오랫동안 기소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던 시기에는 실질적 기소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라울 카스트로. 로이터연합

이후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쿠바 앞바다인 카리브해에 배치했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압박했던 시나리오가 그대로 재연된 셈이다. 미국과 제법 거리가 있는 베네수엘라와는 달리, 쿠바는 미국 본토와의 거리가 145㎞에 불과해 마이애미에서 쿠바 수도 아바나까지 비행기로 1시간 남짓이면 닿을 만큼 지리적으로도 가깝다. 미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전격적인 군사 작전이나 압송 시도가 가능한 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쿠바 독립기념일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에서 “마두로에 대한 기소와 축출은 아바나에 있는 그의 사회주의 동맹국들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이곳은 우리의 반구이며, 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미국을 위협하는 자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국가안보전략(NSS)를 발간하면서 미국 대외정책의 중심이 서반구, 즉 아메리카 대륙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지난주 쿠바를 방문한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협상 대상자인 카스트로의 손자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를 만나 마두로 사례를 언급하며 폐쇄적인 정치체제와 경제를 개방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쿠바 당국자에게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1일 구체적으로 카스트로의 신병을 확보할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실제 체포 압송 작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았다. 그는 카스트로를 어떻게 미국 법정으로 데려올 것인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미리 언론에 밝힐 이유는 없다”면서 “중요한 점은 기소된 시점부터 그는 미국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는 도망자 신세가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포 발표를 한다면, 그 시점은 사전이 아니라 사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쿠바 이민자 후손으로 쿠바의 정치적 변화를 강력 주장해 온 바 있다.

 

라울은 1931년 6월3일생으로, 올해 만 95세다. 미국이 라울을 체포하더라도 95세 노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모습이 정치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득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를 체포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 중인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같은, 카스트로를 대체할 인물을 쿠바에서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

◆왜 트럼프는 쿠바를 치려 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군사작전을 꾸준히 경고해왔다. 그러다 이란 전쟁 종전이 지지부진한 시점에 위협의 수준을 높인 것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정책의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꼽힌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위신과 존중을 회복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이란 전쟁을 끝내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 휴전 계획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존 F 케네디 이후 누구도 무너뜨리지 못했던 피델 카스트로 체제를 끝낸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는 갈망하는 역사적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쿠바를 장악하는 것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를 적대국에서 미국의 파트너로 전환시킨다면 서반구 전체를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 두려는 이른바 트럼프 행정부의 ‘돈로주의’를 공고히 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은 오랫동안 쿠바가 러시아·중국 등 적대국에게 미국 인근의 감시·첩보 활동 거점을 제공하는 것을 우려해온 바 있다.

 

쿠바에 대한 압박 정책의 트럼프 행정부 내 최대 수혜자는 루비오 국무장관이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쿠바와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플로리다주를 거점으로 정치 활동을 해왔으며, 플로리다에는 카스트로 체제를 끝내길 원하는 쿠바계 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비오 장관은 J D 밴스 미 부통령과 함께 다음 공화당 대선 주자로 꼽힌다.

 

미국은 쿠바의 전체주의를 꾸준히 비판하면서도 정권에 따라서 태도를 달리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기엔 1961년 단교한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했지만, 트럼프 1기엔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쿠바 방문을 다시 금지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는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미국인의 방문을 허용하는 등 트럼프 1기 시절 부과된 제재를 일부 완화했지만 경제 및 금융 금수 조치는 유지됐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2024년 2월 한국 정부는 쿠바와 전격 수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