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으로 고발당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당초 강남서에 배당했던 이번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재배당한 지 하루 만에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는 22일 오후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김순환 사무총장을 마포청사로 불러 고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정 회장과 손 전 대표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김 사무총장은 스타벅스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판매하면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해 민주화운동 유족과 광주시민 등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 주주인 정 회장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고발당했다.
서울청은 사건 재배당 뒤 고발인 조사 일정을 일주일 앞당겨 재배당 하루 만인 이날 김 사무총장을 불렀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이 확산하자 정 회장은 앞서 손 전 대표와 담당 임원을 경질하고 19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신속한 수습 이후에도 고발 사건이 접수되며 법적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두 개의 문구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에 동시에 사용됐다는 사실은 기업 내부에서 역사적 감수성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 쟁점은 의도 없이도 문제가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탱크’와 ‘탁’이라는 문구가 5월 18일에 함께 등장했을 때, 한국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중적 연상을 떠올릴 수 있다.
정 회장이 신속히 경질과 사과로 수습에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발된 모욕·명예훼손의 형사 성립 여부는 수사와 재판이 판단할 몫으로 남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행사 논란을 틈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2차 가해가 도를 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악용해 이번 논란을 조롱하는 듯한 게시물이 게재되는가 하면 1980년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언론사 제호까지 정교하게 위조한 가짜 뉴스가 등장해 또 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전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여성이 출근 길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구매한 뒤 ‘애초부터 못 먹었으면서 불매운동을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 사진은 인공지능(AI)가 만든 합성사진으로 드러났다. 사진 속 맨홀 뚜껑은 한국 것과 다른 일본 지자체나 특정 공공시설(도로, 하수도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형적인 스타일로 드러났다.
일본은 지역마다 그 도시의 상징, 꽃, 나무, 마스코트 등을 맨홀 뚜껑에 정교하게 디자인하는데, ‘도쿄시형’ 맨홀 뚜껑은 정중앙의 원 안에 해당 지자체의 문장(시의 마크)이나 하수도국 마크를 넣어서 구분하며 합성한 사진에도 이 마크가 새겨져 있다.
또 22일에는 SNS에 1980년 당시 발행되지 않았던 ‘광주일보’의 제호와 날짜(5월 20일)를 교묘하게 합성한 AI 가짜뉴스 사진이 빠르게 확산했다.
이 조작된 기사에는 “5·18, 북에서 지령받은 간첩들 무기고 탈취”, “폭도들과 합세해 평화로운 광주 피로 물들여” 등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이미 허위로 규명한 내용들이 사실인 것처럼 담겼다.
일부 누리꾼들이 “당시 전남일보와 전남매일만 존재했다”며 팩트체크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이미지는 진짜 과거 신문 기사인 것처럼 유포되며 왜곡 주장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
이에 해당 언론사가 경찰 수사 의뢰 등 전면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최근 물의를 빚은 스타벅스의 판촉 행사 ‘탱크데이’ 논란과 맞물려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가짜뉴스 유포자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에 스타벅스 광고물처럼 꾸민 “오늘의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한잔 TANK DAY”라는 문구를 합성해 희생자들을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있다.
도를 넘은 AI 조작 행위에 관련 단체들은 선처 없는 대응을 예고했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역사적 사실을 폄훼하고 희생자를 조롱하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관련 게시물과 조작 이미지를 모두 증거로 수집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