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이 불송치한 16살 남학생의 14살 여학생 강제추행 사건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으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밝혀져 송치 처분으로 이어졌다. 이 뿐 아니라 피의자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경찰이 불송치한 교통사고 사건에서 검찰이 ‘운전자 바꿔치기’ 가능성을 발견하고 재수사를 요청해 교통사고 진범을 적발한 사례 등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처분에 대한 재수사 요청이 ‘최소한의 통제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22일 서울중앙지검이 소개한 재수사 요청 사례들을 살펴보면 경찰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 피의자인 16세 남학생이 ‘서로 장난으로 엉덩이를 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피해 여학생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가 허위 신고할 동기가 없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와 담임교사, 학원 관계자, 친구 등을 조사해 진술 신빙성을 재확인하도록 재수사를 요청했다. 재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건 직후 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것을 확인했고, 피해 상황 일부가 담긴 녹음파일도 발견됐다. 결국 피의자는 강제추행 혐의로 송치돼 소년보호사건 송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기 사건에 대해 검찰이 계좌추적을 해보라며 재수사를 요청해 ‘돌려막기’ 사기 수법을 적발한 경우와 보이스피싱 조직에 은행계좌를 제공한 사건에서 피의자가 대포폰 유통 범죄 전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끝에 피의자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한 사례도 있었다.
피의자가 피해자로부터 욕설을 들었다는 이유로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과 목을 밀친 피의자의 행위가 ‘정당행위’라고 판단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해당 이유만으로 폭행한 건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재수사를 요청했고, 결국 피의자는 폭행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밖에 화물차가 횡단보도 보행자를 친 사건에서 경찰은 피해자가 횡단보도에서 잠시 정지했다는 이유로 운전자에게 ‘보행자 보호 의무’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지만, 검찰은 정지 상태에서도 보행자 보호 의무가 존재한다며 재수사 요청 끝에 피의자를 송치받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재수사 요청 등 사법통제를 적극 수행해 수사를 개시한 경찰 수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범죄 피해자가 형사사법 체계에서 보호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