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구금 중 성폭행”…활동가들 증언에 국제사회 강력 규탄

“이스라엘 해군 함정에서 어두운 방으로 한 명씩 불려 들어가 군화로 폭행당했다. 수감자들에게 물을 나눠주려다 이스라엘 군인에게 손에 칼을 찔렸다. 추방 후 병원에서 6바늘을 꿰멨다.” (캐나다 활동가 에합 로타예프)

 

“케이블 타이로 결박된 채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그들이 한 시간 동안 물을 계속 들이부어 익사할 뻔했다. 나는 그 고문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호주 영화감독 겸 활동가 줄리엔 라몬트)

이탈리아로 돌아온 가자 구호선단 활동가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됐다가 추방된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결박된 구호 활동가들을 찾아가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구체적인 폭력 정황 증언까지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구호선단 ‘글로벌 수무드’ 측은 텔레그램을 통해 “강간을 포함해 최소 15건의 성폭력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구호선단은 또 “근거리에서 고무탄을 맞았고, 수십 명의 뼈가 부러졌다”며 “전 세계의 시선이 우리 참가자들의 고통에 쏠려 있지만, 이것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수감자들에게 매일 가하는 잔혹함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구호선단에 참여했던 호주의 영화감독 겸 활동가 줄리엣 라몬트는 CNN에 자신이 이스라엘 ‘감옥선’이라고 부른 선상 컨테이너 안에서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루카 포지는 “옷이 벗겨진 채 땅에 내던져지고 발에 차였다”며 “많은 사람이 테이저건을 맞았고 일부는 성폭력 피해를 봤으며 변호사 접견도 제한됐다”고 말했다.

 

선단 활동가들을 대리하는 인권단체 아달라의 마리암 아젬 국제 권익옹호 담당관은 “이번 폭력과 폭행은 우리가 지난 10년간 겪은 것 중 가장 심각한 사건”이라며 이스라엘 당국을 규탄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이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로마 검찰이 이스라엘의 납치 혐의에 더해 고문·성폭력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귀국한 활동가들을 상대로 피해 진술을 청취할 예정이다.

 

프랑스 국적 활동가 37명의 귀국 지원을 맡은 사브리나 샤리크는 일부 참가자들이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 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독일 외무부도 “제기된 의혹 중 일부는 중대하기 때문에 당연히 철저한 설명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교정 당국은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스라엘 교정 당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제기된 혐의는 거짓이며, 사실적 근거가 전혀 없다”면서 “법에 따라 모든 재소자와 수감자는 그들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전문 교육을 받은 교도 인력의 감독 아래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 조치 역시 보건부 지침과 의료진 판단에 따라 제공됐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8일에서 20일사이 가자지구 해상 봉쇄에 항의하고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튀르키예 인근에서 출항한 구호선단 선박 50척을 국제수역에서 저지하고 활동가 430여명을 체포했다. 이후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억류된 활동가들을 직접 찾아가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여러 국가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이스라엘군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활동가 김아현·김동현씨는 22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구금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에게 얼굴을 여러 차례 구타당했다고 증언했으며, 특히 김아현 씨는 폭행으로 왼쪽 귀 청력에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