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파”…‘39.8도 독감 사망’ 교사 사직서 위조한 유치원장 檢송치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 40대 원장 송치…혐의 인정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독감 증세에도 계속 출근하다 숨진 교사의 사직서를 위조한 혐의로 유치원 원장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 부천의 20대 유치원 교사가 독감에 걸리고도 출근을 이어가다 병세가 악화돼 숨졌다. 왼쪽은 유치원 앞에서 피켓 시위 중인 유족 모습. 오른쪽은 유치원 교사가 생전 지인과 나눈 메시지. 연합뉴스

 

23일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로 유치원 원장 A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숨진 20대 교사 B씨의 사직서를 위조해 부천교육지원청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직서에 적힌 사직일은 지난 2월10일로, B씨는 당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사직서를 작성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천교육지원청은 유족의 사직서 위조 의혹 제기에 따라 지난 3월 수사를 의뢰했고, 광주지역 교육사회단체도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해당 유치원을 압수수색하고 B씨의 근무기록부 등 관련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사 판례와 법리를 검토한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B씨는 지난 1월27일 B형 독감 판정을 받고 39.8도까지 열이 치솟은 후에도 사흘간 출근했고, 같은 달 30일 증상이 악화돼 오후에 조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같은 달 31일부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폐 손상 등 합병증으로 2월14일 끝내 숨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공개한 B씨의 생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B씨가 아픈 와중 격무에 시달렸던 정황이 담겼다. 그는 “너무 아파서 눈물 나. 집 가려고” “컨디션 너무 안 좋아. 오늘이 출근 중 가장 안 좋아” “미치겠어. 나 2시 지나서 조퇴하기로 했어” 등 의식불명에 빠지기 직전 지인과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원장에게도 “몸 관리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원장은 “네ㅠㅠ”라고만 답했다. 1월28일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고인을 부모가 말렸지만, 고인은 “(유치원에서) 나오지 말라고 안 하는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하겠느냐”고 말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최근 B씨의 직무상 재해 인정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1차 교직원 연금 급여심의회를 열었지만, 찬반이 동수로 나오면서 연금 지급이 기각됐다.

 

유족 측은 당시 유치원에 독감이 집단으로 퍼진 점을 들어 B씨가 업무 중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 노무사는 “유치원생 사이에서 독감 집단 감염이 있었고 B씨가 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독감에 전염됐다”며 “이후 과중한 업무 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B씨의 사망과 직무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직무상 재해로 인정될 경우 유족은 보상금과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공단은 내달 8일 다음 회의를 열고 직무상 재해 인정 여부를 다시 심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