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으로 긴 터널을 지나던 백화점 업계가 모처럼 외국인 소비에 기대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6만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특히 3월에는 약 206만명이 방한해 월별 기준으로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올해 1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명품·패션 소비 확대가 맞물리면서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함께 개선됐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분기 매출 8723억원, 영업이익 19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47.1% 증가했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핵심 점포가 있었다. 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 등 대형 점포 매출이 늘었고,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명동 상권에 자리한 롯데백화점 본점은 외국인 소비 회복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점포로 꼽힌다. 회사는 K패션, K푸드,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롯데타운 명동’ 전략을 강화하며 외국인 집객에 힘을 싣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1분기 호실적을 냈다. 백화점 사업 매출은 2조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10억원으로 30.7% 늘었다.
신세계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정비와 팝업스토어 유치, 럭셔리 콘텐츠 강화가 내국인과 외국인 고객을 동시에 끌어들였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국인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 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도 지난해보다 약 2배 늘었다. 회사는 올해 백화점 외국인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놨다.
현대백화점 역시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패션 소비 회복 효과를 봤다. 올해 1분기 백화점 부문 순매출은 6325억원, 영업이익은 1358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4%, 39.7% 증가한 수치다.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매출은 1년 전보다 121% 늘었다. 쇼핑뿐 아니라 푸드, 뷰티, 팝업스토어 등 체험형 콘텐츠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더현대 서울은 단순한 쇼핑 공간보다 ‘방문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매장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은 뒤 식품관과 패션 매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실적에도 반영됐다.
백화점 업계가 웃고 있지만 내수 회복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은 여전히 부담이다. 이번 실적 개선도 국내 소비 전반의 회복보다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 원화 약세, 명품·패션 소비 확대가 맞물린 결과에 가깝다.
달라진 점은 외국인 소비의 폭이다. 과거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과 면세 소비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일본·동남아·미국·유럽 관광객까지 백화점 매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구매 품목도 명품에만 머물지 않고 K패션, 뷰티, 식품, 팝업 콘텐츠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실적은 내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과 강남, 여의도 핵심 점포로 몰리면서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환율과 관광 수요에 기대는 부분이 큰 만큼, 이를 장기 성장으로 이어가려면 외국인이 다시 찾을 만한 콘텐츠와 점포 경쟁력을 계속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