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화장’ 잔혹사 끝냈다…이천시, 주민 소통으로 ‘님비’ 극복

수차례 무산·지자체 갈등 딛고 ‘호법면 단천리’ 화장장 부지 확정
단천1리 주민 77% 동의에 인근 마을까지 유치 찬성 이끌어내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로 본격화…50억 투입 친환경 랜드마크

자체 화장시설이 없어 인근 지자체로 ‘원정 화장’을 떠나야 했던 경기 이천시민들의 숙원 사업이 마침내 궤도에 올랐다.

 

이천시는 호법면 단천리 일원에 추진 중인 장사시설 건립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마치고 경기도에 도보 게재를 의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천시 호법면 단천리에 건립되는 이천시립 화장시설 조감도. 이천시 제공

이는 시립화장시설 건립이 행정 절차의 관문을 넘어 급물살을 탄 것이다. 과거 격렬한 주민 반발과 인접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으로 얼룩졌던 ‘님비(기피시설 거부)’ 현상을 소통으로 극복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고시는 오는 28일 진행될 예정이다. 도시관리계획 결정은 토지 이용 목적을 확정하고 개발사업의 법적·행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절차다. 이천시 화장장 건립이 수차례의 좌초 끝에 첫발을 떼었음을 의미한다.

 

이천시의 화장장 건립 잔혹사는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모를 거쳐 부발읍 수정리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인접한 여주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여주시민들은 환경권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이천시청 앞에서 대규모 원정 집회를 열었고, 지자체 간 감정싸움으로 격화했다. 결국 경기도 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개입했으나 건립이 무산됐다. 갈등 과정에서 불거진 부발읍 주민 간 갈등도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이천시청

교착 상태에 빠졌던 사업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반전을 맞았다. 호법면 단천1리 주민들은 화장장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마을 주민 77%의 동의를 끌어냈다. 과거 실패를 교훈 삼아 인근 지역인 단천2리, 마장면 표교2리·각평리 주민들까지 설득해 유치 찬성 서명부를 함께 만들었다.

 

이천시는 시도 12호선 도로와 인접해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주거지와 떨어져 있는 임야의 특성을 살려, 이곳을 최종 부지로 확정했다.

 

호법면 단천리 일원 부지는 13만4233㎡ 규모로, 총사업비 약 350억원이 투입된다. 화장로 6기와 주차장, 공원, 휴게시설이 들어서며 친환경 설비를 도입한 현대식 장사시설로 지어진다.

 

특히 새로운 화장시설은 기존의 어둡고 폐쇄적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한다. 친환경적 요소와 예술적 건축미를 결합한 설계를 적용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다. ‘랜드마크형 공공건축물’로 조성돼 그동안 다른 지역 화장장을 전전하며 장례 일정에 차질을 빚어온 시민들에게 혜택을 줄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이라는 중요한 고개를 넘은 만큼 실시설계와 착공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