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해외시장 공략 통했다… 롯데 실적 승승장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주목

쇼핑, 영업이익 70% 증가한 2529억
백화점 일등공신… 체류형 전략 적중
명동 외국인 관광객 수요 회복도 한몫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현지 인기
누적매출 6000억… 연내 1조 돌파 기대
석화 사업 재편 속 케미칼 흑자 전환도

“수익성 중심으로 지표를 관리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상반기 사장단 회의(VCM)에서 강조한 질적 성장 중심 경영 기조가 숫자로 증명됐다. 롯데가 수년간 추진해온 구조조정과 수익 중심 사업 재편이 성과를 내며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으로 지난달 23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찾아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롯데그룹 제공

핵심 유통 계열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유통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형 확대보다 저수익 사업 효율화와 해외 사업 수익성 개선 등 ‘질적 성장’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난 결과다. 특히 9년간 유지했던 사업군 체제를 폐지하고 현장 중심의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한 조직개편도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에 한몫했다.



◆외국인 수요·수익 중심 전략 효과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그룹 1분기 실적 반등의 중심에는 롯데쇼핑이 있다. 롯데쇼핑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5816억원, 영업이익 25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0.6%나 급증했다. 특히 백화점 사업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롯데백화점은 K패션과 팝업스토어, 미식 콘텐츠를 결합한 체류형 전략으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잠실·명동 상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회복되며 매출 성장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핵심은 ‘롯데타운’이다. 롯데타운은 쇼핑·문화·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복합 상업지구 개념으로, 명동과 잠실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호텔·롯데월드가 집결한 ‘롯데타운 잠실’은 지난해 연 매출 5조원을 처음 돌파하며 국내 대표 복합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롯데백화점은 명동과 잠실에 이어 인천점을 세 번째 ‘롯데타운’으로 육성하는 ‘넥스트 타운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 계열사들의 수익 중심 체질 개선도 효과를 봤다. 수익 상품 중심의 운영에 나선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18.6% 증가했고, 롯데칠성음료의 1분기 영업이익은 478억원으로 91% 늘었다. 롯데호텔도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글로벌 여행 수요 회복에 힘입어 실적 반등 흐름을 이어갔다.

◆해외 성장… ‘글로벌 롯데’ 속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층 좋아진 해외 시장 성적표다. 롯데의 국가별 맞춤 전략이 성과를 내며 해외사업이 롯데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신 회장이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을 펼칠 만큼 주력 진출 국가로 공을 들이는 베트남이 유통군 해외사업을 이끌고 있다. 롯데쇼핑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동남아 대표 리테일 랜드마크(유통 상징 건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힘입어 백화점 해외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8.7% 증가했다.

2023년 9월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호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등 그룹 핵심 역량을 집약한 복합몰이다. 현지에서는 ‘K리테일’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달까지 누적 방문객 수 30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6000억원에 달했고, 연내 1조원 돌파도 기대된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글로벌 사업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부문 매출은 3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46%까지 확대됐다.

롯데 관계자는 “수년간 추진해온 사업 구조 혁신과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가 올해 1분기부터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장 중심 실행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경쟁력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화 위기에 체질개선 본격화

석유화학업계의 위기로 강도 높은 사업 재편에 나선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들도 1분기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범용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를 축소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이차전지·친환경 소재 등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중동 리스크와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생산 운영 최적화와 탄력적인 원료 조달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사업 재편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산공장은 다음 달 물적분할 이후 9월 통합법인 출범을 목표로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연내 완공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 단일 컴파운딩(플라스틱 원료에 다른 재료를 섞어 특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 공장을 통해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생산 역량을 확대하며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키워갈 계획이다.

롯데정밀화학은 반도체 소재 사업 성장에 힘입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1분기 매출은 5107억원, 영업이익은 32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6%, 73.9% 증가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데이터센터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확대에 맞춰 고부가 동박 중심 사업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1분기 매출 1598억원을 달성했는데,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현장 경영으로 조직 체질 개선

이 같은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은 각 사 대표 중심의 책임 경영과 성과 중심의 조직 체질 개선이 가시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대표이사 중심체제에서 국내 1위 유통기업 위상 제고를 목표로 외국인 마케팅과 VIP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통합 조직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전 영역에서 그로서리(식료품) 역량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헬시 플레저(즐기는 건강 관리) 등 건강 트렌드에 맞춘 제품군을 적기에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했다.

조직 구조 슬림화도 실적 반등을 뒷받침했다. 롯데는 기존 ‘계열사 → HQ(사업군) → 지주’ 체제에서 중간 조직인 HQ를 폐지하고 의사결정 라인을 단축했다. 중간보고 단계가 축소되면서 계열사와 지주 간의 소통이 신속해졌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권한 위임을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현장의 실행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