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고 부서진 스타벅스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21일 광주 서구 광천동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열린 스타벅스 코리아 규탄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텀블러와 컵 등이 깨지고 찌그러진 채로 놓여있다. 2026.5.21 in@yna.co.kr/2026-05-21 15:40:15/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 및 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징벌적 손해배상·과징금 등 조치를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제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 일베 사이트 이용자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접근해 조롱 섞인 행동을 한 점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계엄군 전차 부대를 연상시키는 이른바 ‘탱크데이’ 이벤트를 기획한 스타벅스코리아를 질타한 것의 연장선이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조롱이나 5·18 당일에 탱크 운운한 스타벅스코리아의 행태는 도를 넘은 것으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상습적으로 조롱과 혐오를 양산하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스타벅스 이벤트가 민주화운동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해임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이번 이벤트가 단순히 실무진의 실수였는지, 아니면 5·18 등 민주화운동사를 폄훼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가려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스타벅스 사태는 사회적 감수성과 역사 인식, 공감 능력 부족이 낳은 참사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스타벅스 불매 운동에 나선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부처들까지 나서 스타벅스를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듯한 행태는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스타벅스 상품권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고,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스타벅스 구매 내역 보고를 지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스타벅스에게 수여된 국무총리 표창 취소를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국방부는 스타벅스와 함께 진행해 온 장병 복지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진상 규명이 끝나기도 전에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 든다.
스타벅스의 한국 사업권을 보유한 신세계 정용진 회장은 앞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미국에 있는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도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그런데도 여권 전체가 스타벅스 때리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과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태 당시 전개됐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연상시킬 정도다.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조차 “우리까지 손가락질을 받는다”며 피해를 호소한다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선거를 의식한 정략적 여론 재판”이란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정부·여당 모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