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B조는 명실상부 이번 대회 최고의 ‘꿀조’로 평가받는다. 캐나다가 개최국 특권으로 포트1에서 속해 B조로 편성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상위랭커들이 빠졌고, 포트4로 배정된 유럽 플레이오프 패스A에서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이탈리아가 3회 연속 본선 진출 실패라는 참사를 겪으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조 편성이 완성됐다. 당장 B조 4개국 중 개최국 캐나다는 물론 카타르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까지 3개국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경험이 없는 전형적인 ‘축구 변방국’이다.
그나마 월드컵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이 있는 스위스가 B조 최강으로 평가받는다. 스위스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8강으로 1934년, 1938년, 그리고 자국에서 개최한 1954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다. 이후 유럽 축구의 변방에 머물던 스위스는 21세기 들어 다시금 유럽 강호로 올라섰다. 2006 독일부터 2026 북중미까지 6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2010 남아공을 빼면 네 차례나 16강에 올랐다.
2021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어온 무라트 야킨 감독의 스위스의 최대 장점은 안정된 조직력이다. 예로부터 화려하진 않아도 강한 조직력과 수비를 앞세운 팀 컬러를 보여온 스위스는 야킨 감독의 지휘 아래 빠르고 직선적인 공격의 색채를 입힌 팀으로 변모했다. 유로 2024에서도 16강에서 이탈리아를 2-0으로 누른 데 이어 8강에서도 잉글랜드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뽐냈다. 중원의 베테랑 그라니트 자카(선덜랜드)가 공수 연결의 핵심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전방 압박과 상대 수비 후방 침투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B조 1위는 스위스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최국으로서 홈 어드밴티지를 누릴 캐나다는 월드컵 첫 승에 도전한다. 1986 멕시코 이후 오랜만에 월드컵 무대에 복귀한 4년 전 2022 카타르에선 북중미 예선 1위로 통과해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3패로 탈락한 바 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도 거론됐던 제시 마치 감독이 2024년 5월 부임한 이래 캐나다는 빠른 기동력과 왕성한 운동량을 기반으로 하는 전방 압박과 역동적인 공수전환이 돋보이는 팀으로 바뀌었다. 마치 감독은 부임 직후 코파 아메리카 4강에 오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주포 조너선 데이비드(유벤투스)를 정점으로 하는 공격력에 다소 동선이 긴 이동거리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면 첫 승은 물론 첫 조별리그 통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유럽 PO 패스A에서 이탈리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2014 브라질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에 복귀했다. 1986년생 ‘불혹의 스트라이커’ 에딘 제코(샬케04)가 팀의 중심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왕 출신의 제코는 대표팀에서도 148경기 73골을 넣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역사상 최고의 스타다. 마흔을 넘겼지만, 여전히 193㎝의 큰 키에서 나오는 제공권 장악을 통한 헤더 슈팅 능력과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는 라인 브레이킹 능력은 제코의 ‘시그니처 무브’다. 제코 외에도 장신의 선수들이 많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피지컬을 앞세운 동유럽 특유의 축구를 통해 첫 조별리그 통과에 도전한다.
4년 전 개최국 자격으로 역사상 처음 월드컵 무대에 섰던 카타르는 이번 북중미 대회는 지역 예선을 자력으로 통과하며 월드컵 진출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4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 큰 기대를 모으며 출전했지만, 3전 전패로 탈락한 카타르는 이번 북중미에서 첫 승점 획득과 조별리그 통과에 도전한다. 다만 전력은 B조 최하위라는 평가다. 아시아 3차 예선 진행 중에 부임한 훌렌 로페테기(스페인) 감독은 스페인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경험을 보유한 명장이지만, 최근 카타르가 보여주는 공수 밸런스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지난해 11월 A매치 평가전에서는 FIFA 랭킹 129위의 짐바브웨를 상대로 홈에서 1-2로 패하기도 했다. 그나마 믿을 구석은 2023 아시안컵에서 8골로 득점왕에 오른 에이스 아크람 아피프(알 사드)를 중심으로 한 화력이다. 월드컵 직전 아일랜드, 엘살바도르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는 카타르로선 로페테기 감독의 조직력 강화라는 숙제를 해결해야만 꿀조라 불리는 B조에서 탈락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