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지난 22일 1520원 턱밑까지 오르는 등 6거래일 연속 1500원선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원화 약세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물가·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5%대로 올라서는 등 시중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지난 22일 장중 1519.4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1.1원 오른 1517.2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였음에도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필요시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달 7일 145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15일 다시 1500.8원으로 올라선 후 6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간종가 기준 월평균 환율은 2월 1448.38원에서 3월 1492.50원, 4월 1485.03원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2020년 100 기준)은 4월 85.06에 그쳤다. 실질실효환율은 화폐의 대외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비중·물가를 반영해 산출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2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4.53∼7.13%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모 은행의 경우 현재 금리 상단은 2022년 10월말(7.33%)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중금리 인상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물가 상방 압력으로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데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금리를 내릴 유인도 적은 상황이다. 28일 열릴 예정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현재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신호’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3분기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졌다”며 “한은이 3·4분기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1993조1000억원으로 200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올라가면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은 3조2000억원 늘어난다.
중동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고유가가 빠르게 해소되기 힘들어 물가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가동 중단된 유전의 생산재개까지 걸릴 시간을 고려하면 중동의 원유 생산량은 하반기에야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하반기 내내 고유가 국면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