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 심사요건 강화… 남발 막는다

법무부, 제도 개편안 검토 나서
2025년 결정률 97%, 대부분 통과
참고인까지 무분별한 신청 논란
한동훈 등 출금 후 조사도 안해

수사기관이 ‘출국금지’ 조치를 남발해 국민 기본권을 과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법무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 범죄 피의자뿐 아니라 내사대상자, 참고인에 대해 범죄수사 명목으로 일단 해외출국을 금지한 후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사례가 잇따라 논란이 일자 심사 요건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기존 출국금지 요건과 심사 절차를 한층 강화한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출국금지 요건 강화에 대해 논의 중”이라면서 “아직 논의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출국금지 요건을 명확화하고 출국금지심의위원회에서 출국금지 기간 연장 및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신청 등을 심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출국금지 제도는 그동안 수사 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피의자든 참고인이든 출국금지 신청을 할 수 있고 법무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는 극소수였다. 실제 지난해 법무부의 출국금지 결정률은 96.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결정률 역시 2021년 98.2%, 2022년 98.1%, 2023년 98%, 2024년 97.6%였다. 수사기관 등의 출국금지 요청건수 역시 2021년 2만9293건에서 2024년 3만9655건, 지난해에는 4만1737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 기업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각국 기업인들을 초청했으나, 이 회장 등 기업인들이 당시 ‘최순실 게이트’ 수사 특검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경찰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속여 지분을 팔게 한 의혹을 받는 방 의장에 대해 지난해 8월 출국금지 조치를 하자 주한 미대사관이 7월4일로 예정된 미국 250주년 독립기념일 축하행사와 BTS 미국 투어 지원 등을 언급하며 방 의장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3대 특별검사팀(내란·김건희·채해병)을 비롯한 특검 정국이 이어지자 출국금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양평고속도로 의혹’을 수사하면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출국금지했지만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채해병 특검도 무소속 한동훈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약 3개월간 출국금지해 놓고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했다. 2차 특검 역시 한 후보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출국금지 제도가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2018년부터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심의위는 출국금지 처분을 받은 사람이 이의신청을 내면 심의 필요 사안을 추려 심사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 심의위 기능 강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