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사실상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이를 야당이 비판하는 등 정쟁화하면서 문제가 된 마케팅이 ‘의도한 것이냐, 우연이냐’를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도그휘슬’(개 호루라기)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적 특징이란 진단이 나온다. ‘도그휘슬’은 개 호루라기 소리를 개만 알아들을 수 있듯, 특정 집단 내에서만 혐오·정치 메시지로 해독되고 외부에서는 무해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뜻한다. 탱크데이 사태처럼 ‘혐오표현 침투’가 외부에 드러나면 어김없이 발신자 의도 유무를 놓고 ‘해석 전쟁’이 벌어진단 것이다.
◆혐오표현 침투, ‘양극화 산물’
24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기업·기관의 제작물에서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는 혐오표현이 확인돼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년 전인 2019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이미지에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써 논란이 됐다. 2021년 편의점 GS25의 홍보 포스터 속 손 모양이 특정 커뮤니티의 혐오표현인 ‘집게손가락’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스타벅스 논란에 이어 래퍼 리치이기(본명 이민서)가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5월23일)에 시작 시간(오후 5시23분)·티켓 가격(5만2300원) 등을 ‘523’으로 맞춘 공연을 추진하다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남녀 갈등, 정치 진영 등 여러 갈래에 기반한 혐오 현상이 일상화하고 있고, 그런 사회 변화가 탱크데이 논란과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데 배경”이라며 “특정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그걸 더 불려나가기 위한 행동을 시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기업 내 검수 부재가 사안 본질”
이재명 대통령이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저질 장사치 막장행태”라 직격하고 나서자 최근 여당은 물론 각 부처에서도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 이용 배제 등 사실상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일주일여 남은 만큼 야당이 각을 세우면서 논란이 정쟁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물장사하는 집에서 ‘탱크’라고 하면 당연히 액체 담는 용기를 의미한다”며 탱크데이 마케팅이 ‘우연’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반응 자체가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례와 같은 ‘도그휘슬’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적 특징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직접적인 혐오 표현과 달리, 특정 집단만 해독할 수 있도록 배치된 메시지이기 때문에 발신자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 유무를 다투는 논쟁은 반복되는 혐오표현 침투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진영 갈등만 부추긴다. 이 교수는 “시민사회의 자정능력에 맡겨야 한다”며 “정치권·정부는 제도·정책적으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탱크데이 논란의 경우 결국 ‘기업 내 검수 체계 부재’가 사안의 핵심이기에 여기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 문제는 결국 회사 내 결재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 그대로 (혐오표현이) 노출된 게 본질”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번 논란으로 고발당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22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관계자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청은 5·18 민주화운동법 등을 위반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37개 SNS 계정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5·18, 북에서 지령받은 간첩들’이란 제목의 신문기사 형태 허위게시물을 유포한 50대 여성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