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축구단 방남에도 냉랭… ‘적대적 두 국가’기조 재확인

北 매체, 南 공동응원 언급 없이
“내고향팀, 日 꺾고 우승” 보도
‘북측’ 호칭에 감독 회견장 퇴장
李대통령 “우린 또다시 만날 것”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팀)이 24일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우승컵을 안고 돌아갔다. 지난 17일 한국을 찾은 이후 내내 남측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인 내고향팀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철저히 적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내고향팀은 24일 오후 1시50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해 중국 베이징행 항공편 탑승 수속을 밟았다. 선수들은 입국 당시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치마 정장에 구두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굳은 표정으로 앞만 바라본 채 입국장을 빠져나갔던 때와 달리, 출국 수속을 기다리면서는 서로 웃으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공동응원단이 선수 등에게 “우승을 축하한다”, “또 만나자”고 말을 건넸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고향팀은 차례로 수속을 마친 뒤 2시5분쯤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무표정 출국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서 우승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리유일 감독(앞줄 왼쪽)과 선수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내고향팀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전 경기가 진행된 AFC AWCL 4강 토너먼트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방한은 2018년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여자축구 선수단의 방남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내고향팀은 20일 수원FC 위민을 준결승에서 2대 1, 23일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결승에서 1대 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스포츠 교류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실마리가 될 것이란 기대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임을 대내외에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내고향팀은 입국심사 과정에서 북한 여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북한 주민이 남한을 방문할 경우 여권이 아닌 남한방문증명서로 신원을 확인해 왔던 것과 다르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우승 소식을 전했지만 공동응원, 개최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내고향팀 리유일 감독은 전날 우승 기자회견에서 북한 호칭을 이유로 중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한 기자가 “‘북측’ 여자축구가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고 질문을 시작하자 리 감독은 말을 끊고 “미안한데 호칭을 바꿔 달라, 우리 국호 발음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 감독은 “저 사람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후 곧바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북한 정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이다.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내고향팀의 우승을 축하하고, 수원FC 위민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공은 둥글고, 우리는 또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며 “선수 여러분의 다음 도전을 힘차게 응원하겠다”고 썼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SNS에 내고향팀의 귀국 소식을 알렸다. 정 장관은 “바늘구멍만큼일지라도 남북 간 신뢰 가능성을 엿보는 좋은 선례가 되었길 희망한다”며 “대회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공동응원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