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집 앞에 치사량의 메탄올이 담긴 소주병과 함께 사망한 할머니 명의로 “빨리 보고 싶다”는 쪽지를 남긴 아들에 대해 대법원이 특수협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보복협박 및 스토킹 등 나머지 혐의는 유죄를 확정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 최근 A씨의 특수존속협박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부산고법 울산원외재판부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4년 3월 자신의 친아버지인 B씨 집 현관문 앞에 치사량의 메탄올(함량 79.9%)이 담긴 소주병을 가져다 놓은 혐의를 받는다. 병에는 숨진 A씨의 할머니 명의로 ‘B야, 빨리 보고 싶다 -엄마가-’라는 쪽지가 붙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와 2015년부터 가정불화로 떨어져 지내던 중 어떤 이유로 8년 만에 만나 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1심 결심 공판을 사흘 앞두고 합의하기 위해 B씨를 찾았으나 문전박대를 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쪽지가 붙은 소주병을 5차례에 걸쳐 가져다 두자 참다못한 B씨는 결국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A씨가 보복의 목적을 갖고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가족을 협박했다며 특수존속협박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은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해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는 인식과 의사로 행위에 나아갔음이 인정된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대법원은 특수존속협박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수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적어도 범행 현장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며 언제든 그 물건을 사용하여 고지한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B씨가 모르게 메탄올이 들어있는 소주병을 놓아둔 다음 범행 현장을 떠났다”며 “소주병에는 피해자의 죽음을 바라는 내용의 메모지가 붙어 있어 B씨가 내용물을 마시려 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해악의 내용을 표상하는 매개물로 삼아 협박 범행에 이용한 것에 불과할 뿐, 이를 휴대해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원심 법원에서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